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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피로를 회복해도 괜찮나요? - 김민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4. 1. 19.

피로를 회복해도 괜찮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민
kimminals67@naver.com

 

잦은 야근과 밀린 업무 탓에 김 씨는 오늘도 피로에 시달린다. 피로를 확실히 풀어주기 위해선 쉬어야겠지만 그렇다고 일을 팽개칠 순 없다. 김 씨는 하는 수 없이 약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약사에게 “피로 회복제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피로’를 ‘회복’해도 괜찮을까? 피로를 회복하면 김 씨는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

 

출처: 비즈워치

 

‘피로’는 수면 부족,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서 힘든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피로를 회복한다는 건 피로를 되찾는다는 뜻, 다시 피로해진다는 뜻이다.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무 탈 없이 튼튼한 상태, ‘건강’이다. 피로는 ‘회복’이 아니라 ‘해소’하는 것이다. ‘해소’는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를 해결하여 없앤다는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김 씨는 ‘피로 회복제’가 아닌, ‘피로 해소제’를 달라고 말하는 게 옳다.


엄민용 경향신문 기자는 비슷한 예시로 ‘희귀병’을 들기도 했다. ‘희귀’는 ‘드물 희’와 ‘귀할 귀’로 이루어진 말인데, 여기에 ‘병’을 붙이면 ‘보기 드물게 귀한 병’이 된다. 엄 기자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귀한 병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귀병’은 ‘난치병’이나 ‘희소병’으로 바꾸어 써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출처: 뉴스 갈무리

 

또 다른 예시가 하나 있다. 최근 들어 ‘빈대 출몰’을 언급하는 기사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빈대가 ‘출몰’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출몰’은 어떤 현상이나 대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의미한다. 빈대는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는 빈대의 사라짐을 목격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빈대의 출현, 혹은 발견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다.

 

이달 10일 오후 8시 48분쯤 대구 달성군 천내천 화성교 인근 산책로에서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살펴보자. 달성군에 따르면 멧돼지 중 2마리가 인근 야산으로 도망갔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는 개체를 두고 ‘출몰’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잘못 쓰이는 표현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 기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예전에 없던 말이 많이 생겨난다. 우리말법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나거나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 ‘희귀병’처럼 특정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표준어로 대접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없던 말과 표현들이 생겨나며, 우리말이 훼손될 때도 많다. 뜻을 명확히 알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우리말글을 지키고 보존해나갈 수 있다. 우리말글이 올바른 모습으로 미래에 전해지도록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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