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도로명, 우리 주소가 위험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이성민
reasonmmm@naver.com
택배를 부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아마 받는 사람의 주소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특정 지역의 주소를 작성할 때 이질감을 느낄법한 주소들이 있다.
도로명 주소는 누가 붙이나?
도로명주소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시장 등 지자체의 장에게 도로명의 부여 방법의 결정 및 부여 권한을 위임하여 지자체에서 이를 정한다 고 되어 있다. 나아가 수원시 팔달구 누리집에선 지역의 역사적 특성, 주요시설 명칭 등을 참고하여 작명한 후,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여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서울에서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혹은 지리나 교통에 관심이 있다면 올림픽대로는 다들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혹은 대기업 근처 지리 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기업의 이름을 도로명에 붙이다 보니 외국어로 된 대기업의 이름을 차용하는 경우가 있음을 경험했을 것이 다. 이처럼 도로명을 붙이는 것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도로명은 우리말로 된 도로명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말이 아닌 도로명이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아도 외국어 도로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경남지역에선 대표적으로 창원과 김해를 꼽을 수 있는데, 창원시 ‘드림베이대로’와 김해시의 ‘골든루트로’가 있다. 주소 정보 누리집에서, 창원시의 드림베이대로는 꿈의 항만도시의 의미이 며 김해시의 골든루트로는 김해일반산업단지를 통과하는 도로의 의미다.
또한 인천광역시에선 ‘크리스탈로’와 ‘아카데미로’가 있다. 크리스탈로는 크리스탈공원의 공원명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공원은 청 라 호수공원이며 인천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청라호수공원 누리집에서 7개의 보석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 외에 크리스탈 공원이라는 명칭 을 찾아 보기 힘들다. 또한 아카데미로의 경우 “인천대학교를 지나는 도로임에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그 밖에도 부산의 마린시티로, 동삼오션로나 경기도 수원시의 센트럴타운로, 웰빙타운로, 에듀타운로 등 전국적으로 많은 자치단체에서 특 별한 사정이 있지 않아도 외국어로 된 도로명을 채택하여 외국어 표기를 남발하고 있다.
개선의 필요성과 모범사례로는
법적으로 도로명주소법 시행규칙 6조 5항에 따라 로마자표기법만 지킨다면 도로명 주소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무 분별한 외국어 남용으로 우리 주소로서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을 조심할 필요는 있다. 외국어는 우리말보다 발음하기나 알아듣기 어렵고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낯선 외국어가 이질감을 주며, 여기가 외국인가 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모범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 용인시의 ‘백옥대로’는 시 대표 상표 명칭인 백옥쌀을 반영하였다고 한다. 또한 서울시의 ‘밤고개 로’는 율현동의 순수 우리말인 밤고개를 인용하여 붙였다고 한다. 아울러 춘천시의 ‘김유정로’는 근대 단편문학의 거목 김유정 선생의 생가 가 있는 신동면으로 가는 주도로라서 붙인 이름이라 한다. 이처럼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도로명을 작성하여 친숙함은 물론 어떤 의미나 의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지역 특징을 더 잘 낼 수 있고 유려한 도로명을 충분히 지을 수 있다.
도로명주소를 채택한 이래, 외국어 도로명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여러 사람의 관심과 참여로 아름답고 친숙한 우리말을 가진 도로명을 만들 고 가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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