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폭닥폭닥… 뜨개질 바늘 끝에서 엮어낸 예쁜 우리말
대학생 기자단 13기 이수빈

최근 젊은 세대에서 뜨개질이 개성을 드러내는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코끝이 시린 계절이 오면 카페나 지하철에서 저마다의 실뭉치를 꺼내 든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뜨개질을 할 때 무심코 쓰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가터뜨기', '메리야스뜨기'처럼 외래어를 바탕으로 한 표현이 대부분이다. 과연 우리 손끝을 스쳐 가는 이 포근한 취미에는 우리말이 없을까? 뜨개 동호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듣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우리말들이 은근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나볼 단어는 실과 바늘이 만드는 발자국, '앞땀'과 '뒷땀'이다. 뜨개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겉뜨기 코'와 '안뜨기 코'를 뜨개인들은 흔히 앞땀과 뒷땀이라 부른다. 바늘을 앞쪽에서 뒤로 찔러 넣어 겉으로 정직하게 드러나는 코는 '앞땀', 뒤쪽에서 앞으로 밀어내며 편물의 볼륨감을 묵묵히 받쳐주는 코는 '뒷땀'이 된다. 영어식 단어 대신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 정성스레 남은 땀수를 발자국에 비유한 이 표현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손끝에 닿는 편물의 질감을 더욱 입체적이고 다정하게 느낄 수 있다.

뜨개질하다가 마주치는 아찔한 실수를 따뜻하게 구원해 주는 단어도 있다. 열심히 바늘을 움직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코를 놓쳐 아래로 실이 주르륵 풀려버리는 순간이 온다.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진 것 같은 그때, 뜨개인들은 숨을 죽이고 코바늘을 들어 실 가닥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린다. 이 작업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바로 '집고'다. 주르륵 풀려내려간 실을 다시 정성스레 '집고' 일깨워 세우는 과정은, 어쩌면 살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실수들을 열심히 복구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이처럼 뜨개질은 단순히 옷이나 목도리를 만드는 행위를 넘어, 일상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문화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화면의 차가운 글자들에 지친 요즘, 오늘은 잠시 화면을 끄고 실뭉치를 손에 쥐어보는 것은 어떨까. 타닥타질 바늘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폭닥폭닥한 실뭉치 사이에 숨겨진 예쁜 우리말을 한 땀 한 땀 엮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따뜻하게 물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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