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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선거 공보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13기 기자단 정우리별

by 한글문화연대 2026. 7. 14.

선거 공보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공언어의 사각지대를 채울 쉬운 정보

 

한글문화연대 13기 기자단 정우리별

woori31kju@gmail.com

 

공공언어는 정말 공공을 위한 언어인가

언어의 장벽이 참정권의 위협으로

 

지난 63 지방선거에 앞서, 526일부터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이 공개되었다. 선거 공보물이란, 쉽게 말해 후보자의 이력과 정책 공약 등을 담은 홍보물을 뜻한다. 결국, 선거 공보물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는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선거 공보물이 모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 이번 지방선거 공보물 속에서는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MRO(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 등과 같은 영어 약자부터, ‘트라이 포트(공항, 항만, 철도가 연결된 복합물류시스템)’, ‘미래 모빌리티(자율주행 등 디지털화 및 자동화 운송 수단)’ 등의 합성어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클러스터(집합체)’와 같은 외국어가 곳곳에 자리했다. 이처럼 어려운 정책 용어와 로마자 약칭들은 발달장애인, 경계선 지능인, 경도 인지 치매 노인, 귀화한 이주민들에게는 해독하기 힘든 암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선거 공보물 속 공약들은 발달장애인 등에게만 어려운 용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법률·행정 용어가 많고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 선거 공보물은 국민, 즉 공공을 위한 산물이다. 공공언어는 국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해 국어기본법 제14(공문서 등의 작성·평가)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공약 속 외국어와 영어 약자만 보더라도, 선거 공보물에서 공공언어의 규정이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발달장애인과 같은 일부 국민은 복잡하고 어려운 정치적 언어가 장벽이 되어 투표권 자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나아가 참정권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의 사각지대’, 장애인의 투표할 권리는 온전한가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22,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의 투표 참여를 위해 그림 투표용지와 이해가 쉬운 형태의 선거 공보물을 제공하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리고 202412, 서울고등법원은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후보자 사진, 정당 로고 등을 포함한 투표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발달 장애 선거인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투표용지, 선거공보, 투표 안내문 제작 계획 수립, 투표 보조인 지원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림 투표용구가 투표소에 제공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소소한 소통(발달장애인, 정보 약자 등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만드는 회사)의 백 대표는 "많은 발달장애인이 선거 공보물, 토론회, 공약집 등 선거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농인 역시 수어로 제공되는 정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데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단계부터 이미 정보 접근의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외국어와 정치적 용어로 이루어진 선거 공보물은 정보의 사각지대를 낳았고, ‘국민을 대상으로 발행되었지만 그 기능을 온전히 하지 못했다.

공공언어가 국민 모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그날까지

 

 

공공언어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표현을 말한다. 국민에는 장애인과 경계선 지능인, 귀화한 이주민, 그리고 외국어를 잘 모르는 어르신 등도 포함돼 있다. 정보 약자를 위한 쉬운 정보란 표현을 처음 선보인 소소한 소통의 백 대표는 쉬운 정보가 문자에만 국한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림, 사진, 기호, 표지판, 영상 등 눈으로 보는 모든 형태의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선거 공보물에 담긴다면 공공의 알 권리는 더욱 증진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쉬운 정보를 담긴커녕 공적인 문자 언어조차도 외국어와 한자어에 가로막혀 있다. 이에 백 대표는 공공기관 문서를 내부 행정 언어시민을 위한 언어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과 보고를 위한 전문용어는 내부 문서에 쓰되, 실제 정책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다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쉽고 바른 공공언어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국립국어원도 힘쓰고 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공공언어 감수를 요청하면 감수 결과를 보내주고 있다. 그리고 공공언어 및 방송 언어의 개선을 위한 국민 제보를 받고 있으며, 한자어나 외국어 신조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대체한 다듬은 말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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