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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한글은 어디갔나...건대 홍대 앞, 거리째 ‘외국’이 되다- 13기 기자단 정시은

by 한글문화연대 2026. 7. 14.

한글은 어디갔나...건대 홍대 앞, 거리째 외국이 되다

jse5120@naver.com 정시은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일대와 마포구 홍대 거리를 걷다 보면 한글 간판을 찾는 일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카페, 음식점, 옷 가게 할 것 없이 영어 알파벳으로만 적힌 상호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일부 점포는 한글 표기를 아예 빼고 영어 단어 하나만 큼지막하게 내건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가 624일 오후 건대입구역 2번 출구부터 일대를 직접 돌아본 결과, 눈에 들어오는 간판 대다수가 영어 단독 표기였다. 한글이 함께 적혀 있어도 글자 크기가 영어 로고보다 한참 작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권 특성상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작 거리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PUNCH MARKET 이라는 이름의 상점만 봤을 때 어떤 부류의 상점인 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 사진이다. c.정시은

 

간판을 보면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르겠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건대 인근에서 30년 넘게 거주해 온 한 주민은 예전에는 가게 이름만 보고도 무슨 업종인지 알 수 있었는데, 요즘은 영어 단어만 보고는 카페인지 옷가게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라기보다, 오히려 한국어 사용자인 시민들이 거리에서 소외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인들의 입장도 있다. 홍대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영어나 외국어로 된 이름이 더 세련되고 트렌디하게 느껴진다는 손님들의 반응이 많다”,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감성을 강조하려는 상업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모든 책임을 상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글 병기 조례, 현장에서는 유명무실

문제는 관련 제도가 있음에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옥외광고물 관리법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옥외광고물 조례는 간판에 외국어를 표기할 경우 한글을 함께 적도록 권고하거나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어겨도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단속 인력 부족과 자진 신고 위주의 행정 관행 탓에 사실상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정체성과 상업성, 균형점은 어디에

물론 외국어 간판 확산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은 상권 특성상 영어 표기가 접근성을 높인다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이번 취재 중 만난 외국인 관광객 일부는 영어 표기가 있어서 메뉴나 매장을 찾기 편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어 전문가들은 외국어 표기 자체보다 한글 표기가 함께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더 큰 문제로 짚는다. 외국어와 한글을 병기하는 것만으로도 상업적 효과와 가독성, 정체성 보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 경관이 특정 상권의 브랜드가 된 지금, 한글과 외국어가 공존하는 균형 잡힌 간판 문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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