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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송년 모임에 관한 말

by 한글문화연대 2015. 12. 31.

[아, 그 말이 그렇구나-118] 성기지 운영위원

 

송년 모임에 관한 말

 

송년 모임을 예전에는 ‘망년회’라고 말해 왔는데 일본에서 쓰는 한자말이다. ‘망년’이란 말은 일본의 세시 풍속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진 뒤로는 흔히 ‘송년회’라고 고쳐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망년회’라고 하여, 섣달그믐 무렵에 친지들끼리 모여 먹고 마시는 풍속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므로, ‘송구영신’에서 따온 ‘송년’이란 말을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송년 모임에서 여럿이 술자리에 둘러앉아 술을 마실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다 같이 잔을 높이 들어 부닥뜨리는 행위이다. 이럴 때 함께 외치는 구호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말이 “건배!”이다. “건배”는 마를 건(乾) 자와 잔 배(杯) 자로 이루어진 한자말로서, ‘잔을 말리다’ 또는 ‘잔을 다 비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건배!”라는 구호는, ‘잔을 말리자.’, ‘잔을 다 비우자’고 외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원샷’이 바로 이 경우이다. 이것은 주량이 세지 못한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건배!”를 외치고도 잔을 다 비우지 않고 내려놓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때에는 “건배!”라는 구호가 사실상 어울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건배’ 대신에 “위하여!”라고 하거나 “지화자!”라고 외친다. ‘지화자’는 예로부터 흥을 돋울 때에 외치는 소리이므로, 송년 모임에 아주 알맞은 말이다. 축하할 만한 일이 있거나 경사스러운 날에 갖는 술자리에서는 ‘건배’보다는 “축배!” 또는 “축배를 듭시다.”라고 외치는 것이 좋고, 송년 모임과 같이 여럿이 모여 흥겨운 시간을 갖고자 하는 자리에서는 “지화자!” 또는 흥을 돋우는 우리말 “아리아리!”를 외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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