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47] 성기지 운영위원

 

드디어 헤어졌나? 끝내 헤어졌나?

 

상황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드디어 사업이 망했다.”고 말하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드디어’라는 말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드디어’는 “드디어 사업이 성공했다.”처럼, 긍정적인 말과 함께 써야 하는 부사이다. 사업이 망했을 때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끝내 사업이 망했다.”처럼 말해야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드디어 그녀와 헤어졌다.”고 할 때와, “끝내 그녀와 헤어졌다.”라고 할 때는 그 말의 뜻이 완전히 서로 다르게 전달된다.


똑같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일인데도 정년퇴직을 할 때와 명예퇴직을 할 때에 사용하는 동사가 다르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다/맞다.”처럼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맞다’를 쓰지만, “명예퇴직을 당하다.”에서 볼 수 있듯이 부정적일 때에는 ‘당하다’를 쓴다. 만일 “정년퇴임을 당하다.”라고 한다든지, “명예퇴직을 맞이하다.”라고 말하면 무척 어색한 느낌이 들 것이다.

 

또, 자기 이름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도 부정적일 때와 긍정적인 때는 서로 다른 말로 표현한다. 좋지 않은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면 “남의 구설에 오르다.”라 하고, 좋은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는 “그 사람의 선행은 널리 회자되었다.”처럼 표현한다. 가끔 “남의 구설수에 오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바른 말이 아니다. ‘구설수’는 구설에 오를 운수를 뜻하므로 “구설수가 있다.”, “구설수에 시달렸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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