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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공공언어 바로잡기 활동

<논평>풍자와 말장난의 위험한 경계 -개그콘서트

by 한글문화연대 2013. 9. 2.


1. 한글문화연대는(대표 이건범) 지난 8월 14일 개그콘서트에 ‘-하실게요’라는 잘못된 표현을 바로 잡아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개그콘서트는 9월 1일 방송에서 ‘-하고 가실게요는 선어말어미 <-시>와 약속형 종결 어미 <-ㄹ게>가 함께 쓰인 잘못된 표현’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서수민 책임프로듀서는 “시청자들에게 개그콘서트가 이런 지적들도 받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개그는 다큐나 교양이 아니다. 바른말만 써야한다면 아나운서들이 개그를 해야 할 것”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2. 개그콘서트 서수민 책임프로듀서 이야기대로 “개그는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만큼 너무 경직된 시각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 '~하실게요'도 톱스타와 그 주변인들의 그릇된 모습을 꼬집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일반론은 한글문화연대도 모르지 않는다. 

 

3. 풍자나 해학의 통렬함은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 오른 상황의 부조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분노나 불편함을 지니고 있을 때에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개그콘서트의 여러 프로그램이 그런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뿜 엔터테인먼트’의 대사를 우리가 지적한 데에는 좀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실게요’ 라는 말투는 병원과 한의원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잘못된 말투이지만 병원에 가는 환자나 보호자는 그런 말투를 지적하거나 문제를 느낄 여유가 없다. 그래서 매우 강하게 퍼지고 있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에 일반 국민은 어려움을 겪는 말투다. 사람들이 그릇된 말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 “그릇된 모습”을 꼬집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살아나는 것이다. 사정이 그렇지 않으므로, 개그콘서트는 자기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잘못된 말투를 청소년과 국민에게 보급하면서 정당화하는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더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 


 4. 그리고 한국의 시민단체나 국어운동단체가 아무런 배려 없이 그저 곧이곧대로 주장한다고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태도는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그저 방송인들과 똑같은 시민으로서, 아이들의 부모로서,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악역 아닌 악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응한다면 무섭고 마음아파서 시민단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서로 상처받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는 점을 존중해주기 바란다.  


2013년 9월 2일

한글문화연대




출처- 한국방송 9월1일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8월14일 한글문화연대가 보낸 공문에 대한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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