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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글과 한국어, 그리고 대학

by 한글문화연대 2016. 10. 5.

한글과 한국어, 그리고 대학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신문언론 모둠

 

간형우 기자  hyeongwookan@gmail.com

김지현 기자  k1223k@naver.com

노민송 기자  amy0360@naver.com

서지윤 기자  97sjy2016@naver.com

유다정 기자  yoodj92@daum.net

 

한글과 한국어는 인터넷의 발달과 세계화로 위협받고 있다. 작게는 외국어와 외래어 잦은 사용, 크게는 ‘구로디지털단지’라는 지하철 역명이 생기는 현상에 이르기까지 한글과 한국어는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쉽게 외국어나 외래어로 표기된 간판을 찾아볼 수 있다. ‘물티슈’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상품들의 이름이 외국어로 굳어진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과도한 외국어나 외래어의 사용은 옳지 않다. 한글과 한국어로도 충분히 표기할 수 있고 그 의미전달이 쉬운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우리 대학생 기자단 ‘신문언론’ 조는 여러 대학의 신문을 모아 대학 내에서 외국어가 한글로 표기되는 경우나 외국어를 그대로 쓴 현상을 조사해봤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학 신문
대학마다 학교의 소식을 알리는 학교신문이 있다. 학교신문은 교내외의 주목받을만한 사건을 기사화해 학교구성원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학교구성원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학교신문을 주의 깊게 읽게 된다. 외래어와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는 지금, 9가지 학교신문에서 한글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사진 1 <대학 신문의 1면> *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며 건국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중앙대, 충북대, 한양대 순서.

사진 2 <한자 표기_중대신문>

한대신문과 중대신문의 한자표기 
우리는 총 아홉 개의 학교신문(건대학보, 서울여대학보, 성신학보, 서울시립대학보, 연세춘추, 외대학보, 중대신문, 충북대신문, 한대신문)을 보고 한글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혹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살펴봤다. 아홉 개의 학교신문 중 한자표기를 가장 많이 한 학교신문은 ‘한대신문’이었다.

한양대학교 학교신문인 한대신문은 신문의 제호부터 한자로 표기한 유일한 학교신문이다. 신문의 제호뿐만 아니라 기사에 한글이 아닌 한자어를 쓴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로는 중대신문 제3면의 기사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구부는 喜, 축구·야구는 悲’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다.(사진 2) 이 기사 제목을 보고 각각의 한자어를 모르는 사람은 그 의미를 유추할 수조차 없는 답답한 실정이다.

 

연세춘추와 건대학보의 외래어사용

사진 3 <외래어 표기_연세춘추>

위의 신문 이외에도 다른 학보를 살펴보자. 서울여대를 제외한 나머지 여덟 개의 학보는 충분히 우리말로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외국어를 사용한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연세대학교 학교신문인 ‘연세춘추’에서 ‘커트라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합격점’이라고 고쳐 쓸 수 있다.(사진 3) 앞의 예시와 달리 학보가 불가피하게 외래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있었다. 바로 영어로 된 명칭을 소개할 때다.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의 경우 신축된 강의동의 이름이 ‘글로컬강의동’으로 외국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새로운 휴식공간인 ‘아이스페이스(I-space)’도 영어로 된 이름이라 학보에서는 불가피하게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연세춘추와 건대학보의 외래어사용
위의 신문 이외에도 다른 학보를 살펴보자. 서울여대를 제외한 나머지 여덟 개의 학보는 충분히 우리말로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외국어를 사용한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연세대학교 학교신문인 ‘연세춘추’에서 ‘커트라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합격점’이라고 고쳐 쓸 수 있다.(사진 3) 앞의 예시와 달리 학보가 불가피하게 외래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있었다. 바로 영어로 된 명칭을 소개할 때다.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의 경우 신축된 강의동의 이름이 ‘글로컬강의동’으로 외국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새로운 휴식공간인 ‘아이스페이스(I-space)’도 영어로 된 이름이라 학보에서는 불가피하게 영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외대학보의 외국어표기
한편, 한국외국어대의 외대학보는 공식 누리집에서 학교 신문을 소개하는데, 그곳에서 “가로쓰기와 한글전용을 일찍부터 실시하고”라는 구절을 찾을 수 있다. ‘한글전용’ 또는 ‘한글만 쓰기’는 한국어를 적을 때 한글로 쓰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대학보의 사회면 밑단을 장식한 “훕션(HUFshion) 피플”이라는 기사는 “너 좀 SWAG(스웨그)있는데?”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사진 4) 물론 이 기사는 학생들이 매일 생활 속에서 고민하는 주제인 옷차림을 다룬다. 패션이라는 주제 속에서 외래어를 피치 못하게 사용해야 하는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지나친 외래어의 사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울여대학보의 올바른 한글 활용

<외래어 표기_외대학보>

이에 비해 우리말과 한글을 올바르게 활용하여 기사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여대학보를 살펴본 결과 한글과 한자 표현이 단 한 번도 혼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글만으로는 정확한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해서 한글, 한자의 혼용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화나 글은 문맥이라는 것이 있어서 맥락을 파악할 경우 굳이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서울여대학보의 기사들도 모든 기사가 한글로 쓰였지만, 동음이의어인 단어라 할지라도 맥락을 통해 정확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의 어려움도 없었다.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대체로 생소한 한자어로 이루어진 글이 많다. 독자에게 정보가 올바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쉽게 쓰여야 하고 그런 점에서 최대한 한글을 사용하여 기사를 작성한 서울여대학보는 독자의 이해를 위해 우리말과 한글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5<한글 표기_서울여대학보>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사회 현상에 대해 학보사 기자, 교수, 재학생이 의견을 내는 자리에 쉬운 우리말 표현인 ‘나무 그늘’, ‘그녀를 만나다’ 등으로 칼럼 이름을 지정한 것이다.(사진 5) 주요 신문사에서도 흔히 사용되고는 뜻이 모호하고 막연한 외국어 표현이 아닌 쉬운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다 보니 이번에는 어떤 글이 실릴지 궁금하게 된다. 또, 기사를 읽은 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 만약 칼럼 이름이 다른 신문들처럼 흔히 쓰는 외국어 표현이라면 과연 이런 생각을 했을까? 쉬운 우리말로 된 칼럼 이름만으로도 기사를 읽기 전에 독자의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영어 없인 불가능한 '캠퍼스 라이프’
각 학교에 있는 학과명이나 강의명, 제도들은 과연 우리말을 잘 지키고 있을까? 우리는 총 아홉 개의 학교신문(건대학보, 서울여대학보, 성신학보, 서울시립대학보, 연세춘추, 외대학보, 중대신문, 충북대신문, 한대신문)을 참고하여 얼마나 우리말이 잘 지켜지고 있고,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외국어 사용은 고유명사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앞서 대학 신문에서 보았듯이 학과명에 영어로 된 명칭이 가장 많았다. 성신여자 대학교의 ‘health&wellness college’ ‘스포츠레저학과’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충북대학교의 ‘뉴미디어산업전공’, ‘웰니스 산업전공’, 서울 시립대학교의 ‘케어복지’, 한양대학교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등을 들 수 있다.

강의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건국대학교의 ‘뷰티스타일링’, ‘리빙프로덕트디자인2’, 중앙대학교의 ‘English for Professional Track’, ‘CAU campus CEO’, ‘애니어그램과 셀프리더십’을 보면 우리말로 적어도 되는 명칭을 외국어로 표기하고 있다.
 

사진 7 <글로컬강의동_건국대학교>

이는 정부의 대학 역량강화 사업인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 PRIME)과 코어사업(대학인문역량강화/CORE,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으로 신설되는 학과가 대부분이다. 영어를 섞거나 모두 영어로 이루어져 정확히 무슨 학문을 배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사업이나 제도에서 영어는 필수다. ‘바이오헬스창의융합인재’, ‘헬로!반려동물스타트업 디자인 인재양성’, ‘k-beauty 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단’, ‘융복합 뉴미디어 콘텐츠 인재양성 사업단’ 이 있다. 캠퍼스에서 시행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인 ‘KU Syllabus 스텝업’,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학금제도인 ‘다드림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영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학교 곳곳을 가 보아도 우리말로 된 건물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외국에 온 듯 우리의 대학가는 영어로 둘러 싸여있다. 심지어 중앙대학교 기숙사도 ‘퓨처하우스’, ‘블루미르홀’이라는 영어 이름이다. 건국대학교 신축된 강의동의 이름은 ‘글로컬강의동’이고, 휴식공간인 ‘I-space’도 우리말로 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이며 표기도 로마자로 되어 있다. 건물 내부에서도 영어는 계속된다. 인재를 양성하려는 대학에서 영어 없이는 불가능한 모습을 띠는데 과연 무슨 인재를 양성하려는 걸까?

사진 6 <영어표기_중앙대학교>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우리가 조사한 결과는 솔직히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이미 외국어는 우리 생활에 그만큼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같은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교육기관인 대학은 한글과 한국어의 올바른 사용을 장려할 의무가 있다. 이는 대학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소식을 전해주는 대학 신문이 외국어 표기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어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나 명칭을 솔선수범하여 써서 언론으로서 바른 본보기를 보여주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나아가 대학의 학과명이나 편의시설 등의 명칭을 먼저 한국어로 짓고 제대로 표기하되 유학생들을 위한 외국어 표기를 덧붙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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