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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43

by 한글문화연대 2013. 9. 5.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43
2013년 9월 6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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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림] 국제 회의 자원봉사자 모집(~09/24) + 표어공모전(~09/25) + 한글옷 공모전(~09/17)

한글문화연대는 올해부터 한글날을 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지내며 기리게 된 것을 기념해 올 10월 7일에 국제학술회의를 엽니다.

 

이에 통역, 안내, 진행 등 국제학술회의 함께 치를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정과 역량을 가진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한글문화연대는 청소년들이 우리말과 한글의 소중함과 바른 언어생활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고자 '바른 말 고운 말 쉬운 말 표어 공모전'을 엽니다.
청소년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09/25)
* 1등 표어의 주인공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드립니다.

 


한글문화연대는 567돌 한글날을 기리며 우리말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한글옷 공모전'을 엽니다.
요즘 우리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외국어가 쓰인 옷을 많이 입습니다. 우리말과 한글도 멋진 무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공모전으로 누구나 자연스럽고 멋있게 한글옷을 입게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참여해주세요.(~09/17)

 ◆ [논평]풍자와 말장난의 위험한 경계-개그콘서트

          

일요일 밤, 한국방송에서 하는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예능에서 1위, 종합 3위에 이르는 인기 방송입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참 좋아하는 방송이지요.

말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이 보는 개그콘서트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바른 말, 고운 말, 쉬운 말을 써야합니다.

그런데 지난 7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뿜엔터테인먼트'라는 꼭지에서 '~하실게요'라는 잘못된 높임말을 쓰고 있어 개그콘서트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기 바라는 마음을 공문으로 전했습니다.

이에 개그콘서트는 9월 1일 방송에서 ‘-하고 가실게요는 선어말어미 <-시>와 약속형 종결 어미 <-ㄹ게>가 함께 쓰인 잘못된 표현’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서수민 책임프로듀서는 "시청자들에게 개그콘서트가 이런 지적들도 받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개그는 다큐나 교양이 아니다. 바른말만 써야한다면 아나운서들이 개그를 해야 할 것", "개그는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만큼 너무 경직된 시각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 '~하실게요'도 톱스타와 그 주변인들의 그릇된 모습을 꼬집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한글문화연대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풍자나 해학의 통렬함은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 오른 상황의 부조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분노나 불편함을 지니고 있을 때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개그콘서트의 여러 프로그램이 그런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뿜 엔터테인먼트'의 대사를 우리가 지적한 데에는 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실게요'라는 말투는 병원과 한의원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잘못된 말투이지만 병원에 가는 환자나 보호자는 그런 말투를 지적하거나 문제를 느낄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우 강하게 퍼지고 있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에 일반 국민은 어려움을 겪는 말투입니다. 사람들이 그릇된 말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 "그릇된 모습"을 꼬집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살아나는 것인데 사정이 그렇지 않으므로, 개그콘서트는 자기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잘못된 말투를 청소년과 국민에게 보급하면서 정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을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더 깊이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분은 삭이고 밥은 삭히고_성기지 학술위원

요즘 나라 안팎에서 끔찍한 범죄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보도를 대할 때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마음은 곧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데, 언론에서는 “분노를 삭히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자.”는 기사를 싣기도 한다. 이때 ‘분노를 삭히고’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화가 난 사람의 분노나 울분은 삭히는 것이 아니라 삭이는 것이다. “분노를 삭이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자.”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된다.

‘삭다’의 사동형인 ‘삭이다’는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다.” 또는,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냉수 한 사발을 마시고는 분을 삭였다.”라든지, “밥 한 그릇을 다 먹고도 10분이면 삭이고, 또 먹는다.”처럼 쓰면 된다.

이와는 달리 ‘삭히다’는 ‘음식물이 발효되다’는 뜻을 가진 ‘삭다’의 사동형이다. 흔히 “김치나 젓갈 따위가 발효되어 맛이 들게 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가령 “새우젓을 1년 동안 푹 삭혔더니 맛이 아주 좋다.”라든지, “감주는 밥을 삭혀서 만든다.”라고 할 때에는 ‘삭이다’가 아니라 ‘삭히다’를 써야 한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썩이다’와 ‘썩히다’도 자주 혼동되는 말들이다. ‘썩다’는 “음식물이 썩었다.”처럼 ‘어떤 물체가 부패하다’는 구체적인 뜻도 가지고 있고, “아들 때문에 속이 무척 썩는다.”처럼 ‘마음에 근심이 가득 차서 괴롭다’는 추상적인 뜻도 가지고 있다.

이 ‘썩다’가 ‘썩게 하다’라는 사동사로 쓰일 때에는, 두 가지 쓰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게 된다. ‘부패하게 하다’는 뜻일 때에는 “음식물을 썩혔다.”처럼 ‘썩히다’가 되는 반면에, ‘걱정을 끼쳐 마음을 몹시 괴롭게 하다’는 뜻일 때에는 ‘썩이다’가 된다. 요즘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흉악한 범죄자들은 그 자신이 어렸을 때에도 부모 속을 무척 썩였을 것이다. “아들이 속을 썩여서 힘들다.”, “이제 부모 속 좀 작작 썩여라.”처럼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정리하면, ‘음식을 썩히다’, ‘재능을 썩히다’, ‘감옥에서 썩히다’처럼 구체적인 경우에는 ‘썩히다’를 쓰고,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다’와 같이 추상적인 경우에는 ‘썩이다’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안 지키고 못 지키는 띄어쓰기 규정_김영명 공동대표

젊었을 적에 나는 띄어쓰기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필사의 노력이 다 헛된 짓이 될 때가 많았다. 논문이나 책을 쓸 때에 내가 아는 띄어쓰기 규정에 따라 낱말마다 다 띄어 써서 글을 보내면 출판사에서 제 맘대로 붙여서 교정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교정을 보면서 이를 다시 띄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은 싸우기 귀찮아서 출판사에서 하는 대로 내버려둔 적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한글 띄어쓰기 규정을 다시 한 번 보았다. 큰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띄어쓰기는 낱말을 단위로 하되 조사는 윗말에 붙여 쓴다.
 2) 수를 우리 글로 적을 경우, 십진법에 따라 띄어 쓴다.
 3) 둘 이상의 낱말로 된 고유명사는 낱말을 단위로 띄어 쓴다.
 4) 성과 이름은 띄어 쓴다.
 5) 둘 이상의 낱말이 합쳐서 한 뜻의 낱말이 된 말(복합어)은 붙여 쓴다.
 6) 문장에서 앞뒤의 관계가 특별한 경우에는 적당히 붙여 쓸 수 있다.

이 중 6번은 무슨 말인지 아리송해서 몇 번이나 읽어보았다. “문장에서”를 “문장 안에서”라고 썼더라면 훨씬 더 빨리 이해했을 것이다. 나머지는 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규정들이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쉽게 지킬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5번의 경우가 문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복합 명사가 아닌 명사는 다 띄어 써야 한다. 그래서 내가 다 띄어 썼더니 도로 붙여 놓는 편집자들이 많더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명사가 둘 이상 이어질 때 이를 복합 명사, 곧 하나의 낱말로 볼 것인가 아닌가가 문제가 된다. (그런데 ‘복합 명사’는 복합 명사일까 아닐까? 이 또한 의문이다.) 예를 들어 ‘복지 국가’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를 복합 명사라고 보지 않는다. 이를 복합 명사라고 보면 문화 국가, 통상 국가, 근대 국가, 강성 국가, 군사 국가 등도 모두 복합 명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어 어휘 숫자나 늘려 볼까?

복지 국가를 복합 명사라고 생각지 않았기에 이를 띄어 썼다. 그러나 나처럼 이를 띄어 쓰는 사람은 필자든 편집자든 거의 없다. 그래서 양보해서 ‘복지국가’를 하나의 복합 명사라고 해두자. 그런데 많은 사람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복지국가건설’이라고까지 붙여 쓴다. 심지어 ‘복지국가건설계획’이라고까지 붙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 기업, 행정 부서 등에서 나오는 수많은 보고서나 논문들을 보면 알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왜 사람들은 복합 명사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한, 낱말들의 나열을 붙여서 쓸까? 그들이 띄어쓰기 규정을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겠다. 또 띄어쓰기 규정이 모호하고 예외가 많아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예컨대 위 6번 규정을 보라. 그 “특별한 경우”를 누가 규정할 것인가? 또 “적당히” 붙여 쓸 수 있다니? 세상에 어떤 법규나 규정에 “적당히”라는 말이 들어갈 수 있는가? 사실상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이 띄어쓰기를 안 지키고 못 지키는 근본적인 까닭은 띄어쓰기 규정 자체가 한글 표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는 더 이상 띄어쓰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특히 이동전화기에서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보낼 때는 띄어쓰기를 조금만 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글자를 써넣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한글 띄어쓰기가 지켜지지 않는 근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웬만한 문장은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아도 읽고 이해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런데 뭐 하러 번거롭게 사이띄우개(스페이스 바)를 쳐 가면서 일일이 띄어쓰기를 하겠는가? 한글 띄어쓰기는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

“나는지금수필을쓰고있다.” 이 문장을 금방 읽을 수 있겠는가? 난 가능하다고 본다. 이 문장은 어떤가? “Iamwritinganessaynow." 읽고 또 읽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똥 말 똥이다. 한국어를 낱말마다 띄어 쓴다는 띄어쓰기의 기본 규정은 영어나 다른 서양 말의 로마자 표기 규정을 그대로 받아온 것이다. 로마자는 풀어쓰기 때문에 단어마다 띄우지 않으면 글을 읽을 수 없다. 그러나 한글은 음절 별로 모아쓰기 때문에 띄어쓰기를 별로 하지 않아도 읽기에 큰 지장이 없다. 더구나 단어마다 띄는 것은 쓰기도 불편하고 보기도 어색하다. “상 위 술 한 잔” 한 자씩 다 띄어야 하니 쓰기도 불편하고 보기도 궁색하다.

이런 형편이니 필자들은 띄어쓰기를 잘 지키지 않고 편집자들은 옳은 띄어쓰기를 틀리게 고쳐 놓는다. 그래서 한글 띄어쓰기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정이 까다롭고 예외가 많아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점도 사실이기는 하나, 규정 자체가 한글 표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유가 더 크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쓰고 아예 띄어쓰기를 하지 말까? 그럴 수는 없다. 북한처럼 띄어쓰기를 지금 보다 덜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섯 자까지는 붙여 쓰고 여섯 자부터 띄어 쓰면 어떨까 사석에서 우스개삼아 말 한 적도 있다. 그러면 ‘복지국가’는 되고 ‘복지국가건설’은 안 될 것이다.

억지스러운 말 같기는 하나, 띄어쓰기의 목적 자체가 글을 읽기 쉽고 쓰기 쉽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 될 일도 없다. 띄어쓰기 규정이 바뀔 가능성은 오랫동안 없을 테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위 생각들이 반영되어야 하리라 본다. 그 동안 나는 띄어쓰기 규정을 제대로 못 지키고 “적당히” 글을 쓸 것이지만, 그래도 나의 어쩔 수 없는 모범생 기질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지키게 만들리라 본다. 

 ◆ [기쁜 일] 성기지 운영위원, 한글학회 공로상 / 이동우 운영위원, 한국방송대상 라디오 진행자상


한글학회 학술부장으로 계신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은 '한글학회 창립 105돌 및 한글 통권 300호 발간'을 맞아 한글새소식과 기관지, 학술지 등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동우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이 '제40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라디오 진행자 상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동우 운영위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이동우, 김다혜의 오늘이 축복입니다' 진행을 맡아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지친 분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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