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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참우리말' 감정 표현은 어떠세요? - 정희섭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11. 29.

'참우리말' 감정 표현은 어떠세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정희섭 기자

jheesup3@naver.com

 

“한 달 하고 보름 전만 해도,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상 앞에서는 570돌을 맞은 한글날을 축하하는 행사로 웃음과 역사가 가득했다. 하지만 요즘은 더 이상의 웃음과 기쁨은 기대하기 어렵다. 평소에도 ‘궁싯거리고’ ‘넉장뽑는’ 본인의 성격을 알고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아야하나? 이제는 실로 ‘의뭉해’ 보이기까지 한다. 중요한 국정 행사뿐만 아니라 자질구레한 일들까지도 자격없는 자의 ‘드살’에 의해 나라가 움직였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평범한 ‘타박’이나 ‘타발’을 넘어 수백만의 사람들의 ‘섟’으로 시청이나 광화문 광장 앞에서 공공연하게 국가의 잘못을 ‘바르집는’ 몸짓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다.”

 

앞 단락을 무리 없이 매끄럽게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참우리말로 분노의 감정 표현’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해마다 한글날이 오면 ‘우리말 바르게 사용하기’를 권하는 데에 힘쓰지만 정작 언론마저도 국적 없는 말과 글을 경쟁적으로 마구 만들어내어 본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더불어 특히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참우리말’을 외국어보다 더 어려워한다. 우리가 ‘참우리말’로 알고 있는 말의 일부가 실은 한자어에서 생겨나기도 해서 순우리말을 구별하여 쓰기 어렵게 하는데 한몫을 한다.


본격적으로 이를 소개하기 전에 ‘참우리말’이라는 표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사실 학문적으로 ‘참우리말’을 엄밀하게 정의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이른 시기의 문헌 자료가 없어 아직 한국어의 계통과 성립 과정을 뚜렷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 확실한 한자어와 그 밖의 외래어를 뺀 나머지 말을 순우리말로 보는 것이 무방하다는 학자들의 견해가 있다. 우리말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순우리말’이라는 표현의 순(純)우리말 자체부터 순우리말이 아니다. ‘토박이말’이라는 표현의 토(土)박이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표현이 모순되고 이용의하기 한층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참우리말’이라는 표현을 권하고 싶어 여기서 그렇게 표현했다.

 

먼저 최근 불거진 국정 농단 실태와 어수선한 나라 상황을 표현하는 ‘분노’의 감정을 참우리말을 이용해 글을 열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독자들이 조금 더 친근하게 이에 다가갈 수 있도록 ‘감정’을 표현하는 참우리말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고자 한다. 참우리말 표현들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냉갈령스럽고’ ‘궤란쩍은’ 눈초리로 읽어나가기보다 새롭고 참신한 우리 표현을 익힌다는 마음으로 참우리말 알기에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물씬 내며 희망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참 우리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외적으로 높지만, 굼슬겁지만 암팡진 한글이의 새내기 대학생활은 우리 한글세대의 올바른 한글 사용 습관에 대해 알심하느라 바쁘다.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려는 마음이 강한 한글이는, 특유의 푸접한 성격으로 한글문화연대에 가끔 여탐을 해온다. 다가오는 2017년에 새로 입학하는 새내기 후배들에게 한글 내리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한글문화연대 선생님들과 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님들에게 마음껏 두남받음을 즐기는 중이다. 한글이는 남다른 한글 사랑뿐만 아니라 멀리 고향에 떨어진 부모님께 자주 문안전화를 드리며 안갚음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한글이의 푸짐한 한글 사랑이 대대로 전해져 한글세대인 우리 모두가 참우리말과 더불어 한글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습관이 길러졌으면 좋겠다.”

 

외국어 익히기에 바쁘고, 수많은 한자어로 뒤범벅된 우리말의 현주소는 한글세대를 살아가는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 고유의 표현인 참우리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끌어내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가도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서 실질적 권력의 정통성을 찾을 수 있듯, 한글세대인 우리도 우리 고유의 말인 참우리말을 알아가는 것으로 우리말의 뿌리와 기원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노하는 이가 많은 시기다. 이번 주말도 광화문 광장과 시청 앞은 시민들의 서슬 퍼런 분노로 가득 찰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가정과 속한 모임에서 행복함과 기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께 권한다.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행복, 사랑의 감정을 주변 벗들에게 ‘참우리말’로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 단어 해설 *


▲궁싯거리다 - 어찌할 바를 몰라 이리저리 머뭇거리다.
▲넉장뽑다 - 어떤 일이나 행동에 있어서 태도가 분명하지 않고 어물어물하다.
▲의뭉하다 - 겉으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엉큼하다.
▲드살 - 사람을 휘어잡아 다루는 힘.
▲타박 - 허물이나 결함을 나무라거나 핀잔함.
▲타발 - 무엇을 불평스레 여겨 투덜거림.
▲섟 - 서슬에 불끈 일어나는 감정.
▲바르집다 - 덮어두어야 할 다른 사람의 비밀을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끄집어내어 이야기하다.
▲냉갈령 - 몹시 매정하고 쌀쌀한 태도.
▲궤란쩍다 - 행동이 건방지고 주제넘다.
▲굼슬겁다 – 성질이 서근서근하고 상냥하다.
▲암팡지다 – 몸은 작아도 야무지고 다부진 면이 있다.
▲알심 – 속으로 은근히 동정하는 마음.
▲푸접 - ‘인정미’나 ‘붙임성’을 이르는 말.
▲여탐 – 웃어른의 뜻을 미리 더듬거나 정중히 여쭈는 일.
▲내리사랑 –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또는 상태. 주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두남받다 – 남다른 도움이나 사랑을 받다.
▲안갚음 – 1)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 2)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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