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91] 성기지 운영위원
졸린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들고 사무실에 앉아 일하다 보면, 요즘 같은 날씨엔 피부가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간혹 얼굴에 뾰족하게 부스럼이 나서 신경이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스럼을 흔히 ‘뽀드락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뽀드락지’는 표준말이 아니다.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 ‘뽀드락지’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표준말은 ‘뾰루지’, 또는 ‘뾰두라지’이다.
얼굴에 뾰루지도 없고 여드름이나 기미도 없이 피부가 맑고 깨끗한 여성 분들은 특별히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뻐 보인다. 이처럼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을 가리킬 때 흔히 ‘맨얼굴’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맨얼굴’은 사전에도 없는,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이럴 때 쓰는 우리말로, 사전에 ‘민낯’이란 말이 올라와 있다. ‘민낯’은 꾸미지 않은 얼굴을 뜻하며 ‘민얼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끔 젊은 세대에서 줄임말로 ‘쌩얼’이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그보다는 우리말 ‘민낯’을 살려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맨얼굴’과 ‘민얼굴’은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맨’은 ‘맨몸, 맨주먹’처럼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을 나타내고, ‘민’은 ‘민가락지’나 ‘민저고리’처럼 ‘꾸민 것이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얼굴이라기보다는 아무 것도 꾸미지 않은 얼굴이므로, ‘맨얼굴’이 아니라 ‘민얼굴’이라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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