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89] 성기지 운영위원
‘기억’이란 한자말을 흔히 “초등학교 때 친구가 기억난다.”라든지,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억이 잘 안 난다.”와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문장들에서는 ‘기억’이란 낱말이 바르게 사용된 것이 아니다. 이때에는 ‘기억’이 아니라 ‘생각’을 써서 “초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난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생각이 잘 안 난다.”로 고쳐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한자말 ‘기억’은 “어떤 일을 마음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이란 뜻이므로 ‘기억하다’라고는 쓸 수 있어도 ‘기억나다’라고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앞에서 예를 든 문장에서처럼 “도로 생각해낸다”는 뜻으로는 ‘생각난다’로 해야 문맥이 통하고 어색하지 않다. 곧 어떤 일이나 지식을 머리에 담아두는 일은 ‘기억’이라 하고, 기억된 것을 꺼내는 일은 ‘생각나다’로 구별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열흘쯤 뒤에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7주년이 된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전쟁의 참상이 언뜻언뜻 생각난다.”라 할 수 있고, 우리 모두 이때의 비극을 마음에 간직하여 잊지 말자고 할 때에 “한국전쟁을 기억하자.”고 할 수 있다. 또, 광복절을 맞아 “일제의 잔혹한 만행을 기억한다.”, “일제의 잔혹한 만행이 생각난다.”처럼 구별하여 말하면 된다. “기억이 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들과 같은 말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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