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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찌아찌아족은 여전히 한글을 쓰고 있을까? - 장진솔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7. 28.

찌아찌아족은 여전히 한글을 쓰고 있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장진솔 기자
jjsol97@naver.com

 

△ 한글로 표기한 까르야 바루 국립 초등학교 <출처: 와이티엔(YTN) 뉴스>


10여 년 전, 한글을 수입한 찌아찌아족을 기억하는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고유의 말은 있지만 고유의 문자가 없어서 로마자로 표기를 해왔었다. 그러던 와중에 2008년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글을 수입해 사용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그 결과로 2009년 7월, 한국어 교사 2명이 현지에서 시범적으로 한글 수업을 하고, 8월에는 찌아찌아어 표기에 한글을 시범 적용하기도 하였다.


당시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을 두고 한글의 우수성이니 특정 학회의 공적이니 운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8년 수하르토 독재정권의 몰락 이후 빠르게 진행된 인도네시아 민주화 과정에서 지방자치법 제정과 지방분권화 시행의 영향으로 사실상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1년에 지방자치시로 승격된 바우바우시를 새로운 도시로 건설하겠다는 초대 민선 시장 아미룰 타밈의 결심이 한글 도입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2008년부터 4년 임기의 연임 기간을 막 시작하던 아미룰 타밈에게 한글 교육에 관한 제안은 곧 한국과의 국제 교류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신호였다. 따라서 바우바우시의 한글 도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바우바우시 소라월리오읍 까르야 바루 초등학교에서 한글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아미룰의 예상대로 바우바우시는 단번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또한 2009년 12월에는 서울특별시와 문화예술교류 협력 의향서를, 그리고 2010년 10월에는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바우바우시 사상 초유의 국제교류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찌아찌아족 어린이들의 한글 교육은 소수 종족 언어 보존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급기야 2011년 10월에는 찌아찌아족 어린이들의 한글 교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국내의 각종 보도가 나오면서 그 교육 실태와 방향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도입하기로 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한글날 행사에서 찌아찌아족을 언급하면서, 문자가 없는 언어의 새로운 문자로 한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종학당'을 확대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찌아찌아족은 과연 한글을 쓰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찌아찌아족의 한글 교육을 책임질 세종학당은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뒤늦게 문을 열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철수했다. 기대와 달리 한글 교육기관이 현지에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은 연간 수천만 원에 그쳤고,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는 단 두 명뿐이었다.

 

세종학당 교사 정덕영 씨는 "(교육비자를) 15년 7월에 받게 돼 안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철수하게 돼 아쉽습니다."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세종학당 현지교사 와완 씨는 "지금은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없어요. 학생들은 선생님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한글 교사 지원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정부는 세종학당 사업을 접고, 민간인인 정덕영 씨와 현지인 한글 강사 두 명과 함께 500명이 넘는 찌아찌아족 한글 교육을 책임지게 되었다. 국내에 이를 후원하는 ‘한국 찌아찌아 문화교류협회’도 설립되어 있지만 현지인 강사 두 명의 급여를 메우기에도 벅차다.

 

△여전히 한글을 배우고 있는 찌아찌아족 어린이들 <출처: 한국방송2(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2016.10.16.>

 

국가적 사업으로까지 커졌던 한글 보급사업은 현재 이처럼 특정 단체나 개인이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현지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랑과 한글 교육에 대한 열망은 그칠 줄을 모른다. 문자를 나눈다는 것은 그리 쉬운 마음으로 행해서는 안 된다. 개인이 하기에도 벅찬 일이다. 우리나라의 문자를 받아들인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탄식을 자아낸다.

 

<참고문헌>
전태현, 찌아찌아족 한글 교육의 실태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Korean Alphabet Education among the Cia-Cia 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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