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97] 성기지 운영위원
방송을 보다 보면, ‘꺼려하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소스가 고기 맛을 해칠까 꺼려하는”이라든가, “선배님 옆에 다가앉기를 꺼려하네요.” 같은 예들이 그러한 경우다. 이 말은 우리 귀에 무척 익어 있긴 하지만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본디 어떤 일이 자신에게 해가 될까봐 싫어할 때 ‘꺼리다’를 쓰는데, 이 말 자체가 동사이기 때문에 여기에 다시 동사를 만들어주는 ‘하다’를 붙여서 ‘꺼려하다’처럼 사용할 까닭은 없기 때문이다. ‘삼가다’를 ‘삼가하다’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경우인데, ‘나가다’를 ‘나가하다’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신문 기사에서도 우리말 표현이 잘못된 사례가 눈에 뜨인다. “부동산 대책 발표일을 8월 말로 연장했습니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맞는 표현이 아니다. ‘발표일을 연장했다’는 표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발표하는 날을 뒤로 미룬 것이므로 “부동산 대책 발표일을 8월 말로 연기했습니다.”처럼 ‘연장하다’ 대신에 ‘연기하다’를 써야 한다. ‘연장하다’를 쓰고자 한다면 “부동산 대책 발표를 8월 말까지 연장했습니다.”로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
방송과 신문에서 아직도 ‘자랑스런’과 같은 잘못된 줄임말을 쓰고 있다. ‘자랑스럽다’, ‘가깝다’, ‘아름답다’처럼 어간이 ㅂ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은 활용할 때 ㅂ 받침이 ‘우’ 모음으로 변해서 ‘자랑스러운’, ‘가까운’, ‘아름다운’처럼 사용된다. 이것을 ‘가깐’, ‘아름단’처럼 ‘우’를 빼고 준말로 쓰는 것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자랑스러운’도 ‘자랑스런’과 같은 준말 형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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