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99] 성기지 운영위원
나날살이에서 ‘첫째’와 ‘첫 번째’라는 말이 거의 같은 말처럼 쓰이고 있지만, 이 두 말은 쓰임이 다른 말이다. ‘첫째’는 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낼 때 쓴다. 한자말로 바꾸었을 때 ‘제일, 제이, 제삼, …’처럼 ‘제’ 자를 붙일 수 있는 경우가 되겠다. 그리고 나란히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차례를 나타내기 때문에, ‘둘째 줄의 셋째 학생, 첫째 줄의 둘째 책상’처럼 쓰는 말이다. 또, 반에서의 석차라든가, 태어난 형제나 일의 순서, 책의 차례 등을 모두 ‘첫째’, ‘둘째’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첫 번째’라는 표현은 연이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대학 입시에 두 번 연속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면, 세 번째 도전이 된다. 야구처럼 횟수를 정해 놓고 하는 운동경기에서 ‘첫 번째 경기’라고 한다든지, 여러 번 묻게 되는 질문에서 ‘첫 번째 물음’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우리 나날살이에서는 주로, ‘첫째’나 ‘둘째’라고 써야 할 자리에 ‘첫 번째’, ‘두 번째’로 잘못 쓰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올림픽 대회 입장식 중계방송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아흔세 번째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우리나라 팀이 아흔세 번이나 반복해서 입장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입장식만 하다가 지쳐 버릴 노릇이다. 입장식에는 어느 나라 선수단이나 한 번씩만 들어오므로 여기에서는 들어오는 차례를 나타내는 ‘아흔셋째’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몇 번째’에서 ‘번째’라는 말은 “반복되는 일의 횟수”라는 것만 기억하면, ‘째’와 ‘번째’를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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