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역경 속에서 꽃 피우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이유진 기자
yoojin7305@naver.com
2017년 10월 9일, 한글날이 571돌을 맞이하여 전국적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고 칭송한다. 하지만, 훈민정음이 한글이 되어 우리가 이롭게 쓸 수 있게 된 과정에 깃든 노력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한글에는 두 가지의 큰 역경이 있었는데, 바로 사대주의와 일제강점기이다.
사대주의 속에서 피워낸 꽃, 훈민정음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고자 한 세종대왕.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시기에는 세종대왕의 병환 기록이 몇십 차례 남아있다고 한다. 심지어 조선은 중국을 섬기는 사대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어 세종대왕은 혼자 비밀리에 글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역경 속에서 1443년, 한글은 훈민정음 창제라는 첫 꽃을 피우게 된다. 훈민정음은 한글이 창제되었을 때 사용했던 공식명칭이다. 창제된 이후에 집현전 부제학이었던 최만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중국과 다른 문자를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는 주장으로 보급을 반대 했지만, 세종대왕은 오히려 신하들을 꾸짖고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혼자 만들었지만, 훈민정음이 백성들에게 널리 보급되도록 노력한 이들도 있었다. 집현전 학사 중 박팽년, 최항,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들어 훈민정음의 뜻과 사용법 등을 자세히 풀이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예의’와 집현전 학자들이 지은 ‘해례’로 나뉜다. ‘예의’는 훈민정음 창제 이유와 사용법을 설명한 글이며, ‘해례’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자세히 설명한 글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시작으로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백성들에게 한글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어 백성들이 글을 배우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일제강점기는 한글에 있어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이다.
대전시립박물관에 전시중인 훈민정음 해례본
일제강점기 속에서 피워낸 꽃, 큰 사전
일제강점기는 한글에 있어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일제는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조선어 교육과 사용을 금지하지만, 일제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한글을 지켜낸 역사가 있으니 바로 조선어학회의 <큰 사전> 편찬이다.
1929년 9월, ‘조선어사전편찬회’를 구성하여 <조선말 큰 사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사전 편찬은 조선 민족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언어를 정리하고 통일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시작은 순조로웠으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사전 편찬에 위기가 닥쳐온다. 약 10년을 작성했던 사전 원고를 일제에 압수당하고 사전을 만들던 사람들 대부분이 옥으로 끌려가면서 편찬 작업은 그대로 끝난 듯했다. 하지만, 1945년 10월 광복을 맞은 뒤 서울역의 운송부 창고에서 일제에 압수당한 사전의 원고가 발견되면서 사전 편찬에 극적으로 희망이 생겼다.
그 후, 1947년 10월 9일에 1권을 시작으로 총 6권까지 발간됐다. 1권과 2권의 원래 이름은 지은이가 조선어학회로 책 이름은 <조선말 큰 사전>이었다. 하지만, 광복 후 1949년 9월 5일 정기총회에서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바뀌면서 사전 이름도 바뀌게 되어 3권부터 <큰 사전>으로 바뀌고 지은이도 한글학회가 되었다.
민족의 언어를 담아내고자 조선어학회에서 목숨을 걸고 만든 우리말 사전이 1957년 10월 9일 6권을 마지막으로 완성됐다. 사전 편찬의 과정 속에는 조선어학회사건, 한국전쟁 등 여러 수난이 있었고 그때마다 작업도 좌절되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말 수호를 통해 민족의 얼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이 결국 꽃을 피웠다.
대전시립박물관에 전시중인 큰 사전
역경 속에서 피워낸 꽃, 한글
오늘날 한글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랑으로 여길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많은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지켜낸 한글을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많은 이들의 노력 속에서 피어난 한글이란 꽃이 시들지 않도록 한글을 소중히 여기고 바르게 사용하자는 마음이야말로 그들의 노력에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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