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당신,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 전문용어 특집 ②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장진솔 기자
jjsol97@naver.com
요즘은 ‘여행시대’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주 여행을 다닌다. 올 한 해 예상 국외여행 인구가 약 2600만 명에 이를 정도이다. 이번 여름도 마찬가지였고, 지난 추석 연휴에도 마찬가지로 여행을 많이들 떠났다. 여행을 했던 혹은 떠날 당신께 묻는다. “여행 과정에서 용어로 인해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국외여행에서라면 외국어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사실, 여행하는 나라의 언어를 보고 듣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여행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여행이니만큼 기본적으로 ‘우리말’로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여행임에도, 여행 과정에서 낯설고 어려운 외국어를 마주치는 일은 꽤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금부터의 내용은 기자가 실제로 지난 여름에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이다.
<△ ‘네이버’의 숙소 객실 정보 중에서>
먼저 여행을 떠날 곳을 선정하고 숙소를 예약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머물기 위해서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의 ‘4인 도미토리(dormitory)’로 예약했다. 그리고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서 ‘시외버스 모바일 앱(mobile app)’을 켜고 버스를 예매한 후 ‘마이 페이지(my page)’에서 표를 확인했다.
<△ 강원도 모 숙박 시설>
여행 당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후 ‘체크인(check-in)’을 하고 ‘파티(party)’ 신청을 했다. ‘넘버 4(NO.4)’ 호실을 배정받았으며, 이후 문의사항은 ‘오피스(office)’에서 하라는 당부를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 ‘모바일’, ‘앱’, ‘마이페이지’, ‘파티’, ‘넘버’, ‘오피스’. 짧게 요약한 국내 여정 속에서도 위와 같은 8개의 외국어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행 과정에서 훨씬 많고 다양한 외국어를 맞닥뜨린다. 그중 몇 가지를 더 알아보자.
<△ 외국어로 된 여행 용어>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두 우리말로 충분히 바꾸어 쓸 수 있다. 체크인, 체크아웃, 가이드나 웰컴 드링크, 이티켓 같은 경우는 입실, 퇴실, 안내원, 환영 음료, 전자 항공권으로 순화를 할 수 있다. 또한 오버 차지, 어메니티, 컴플리멘터리, 콜키지 차지와 같은 용어들은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뜻을 알기 어렵다. 추가 요금, 무료 제공 간식, 얼음과 잔 비용 등과 같은 한국어 설명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제이티비씨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한 장면>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서지수(대학생, 23) 씨는 “국내 여행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외국어가 사용되고 있다. ‘노쇼’, ‘웰컴 드링크’와 같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용어들을 꼭 써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외국어 용어가 매우 생소할 것이다. 외국어로 된 용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해하기도 힘든 외국어 용어를 그대로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어와 같은 외국어가 한국어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편견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 피키캐스트 누리집>
‘알면 고급져 보이는 호텔용어 총정리’라는 한 누리집의 글에는 이전 표에 언급되었던 수많은 외국어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렇듯 외국어 용어는 무조건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문화 사대주의적인 생각들로 인해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쓰고 있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이 자신의 격을 높인다는 착각은 잘못된 것이다.
모두가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를 위하여, 외국어를 우리말로 제대로 분명하게 쓰기 위하여, 외국어 홍수 속에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는 외국어 용어에 대해 진지하고 비판적으로 찬찬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관광이나 호텔 관련 전문인부터 어려운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일반인에게 노출이 잦은 공공기관이나 언론은 모두의 알 권리를 위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혹시 당신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존재함에도 외국어 표현이나 용어를 내뱉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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