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쓰는 말 속에 성차별적인 의미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장진솔 기자
요즘 ‘성차별’이라는 주제가 부쩍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래 가사, 방송 프로그램 자막에서, 영화 배역에서, 직장 안에서,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 성차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분명 선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바람직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 속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들어있지 않을까? 그 중 몇 가지를 함께 알아보자.
첫 째로는 ‘내조’와 ‘외조’를 들 수 있다.
“저의 아내가 내조를 열심히 해준 덕분입니다.”
“남편 분이 외조를 잘 해주시나 봐요!”
위의 두 예문처럼 ‘내조’와 ‘외조’는 부부 사이에서 굉장히 흔하게 쓰는 단어이다. 특히 사람들이 좋은 부인의 덕목으로 ‘내조’를 꼽곤 하는데 이것이 왜 성차별적 표현일까?
‘내조’의 ‘내(內)’는 안을 뜻하는 말이고 ‘외조’의 ‘외(外)’는 밖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곧,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성에 따라 차별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남녀 관계없이 ‘도움’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해야 한다.
둘째는 ‘자궁’이라는 말이다.
자궁이 왜 성차별적인 단어일까? 기자 본인도 전혀 생각지 못 하다가,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성차별적인 단어라고 알게 되었다. 인간의 신체 기관을 가리키는 생리학적, 해부학적 용어들은 대부분 부계혈통 중심의 관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자궁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아들 자(子)자에 집 궁(宮)자로 이루어져 있다. 수정과 착상이 이루어지는 생물학적 기관을 아들을 낳기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생물학, 의학 등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용어에서도 사회, 문화적 통념과 도덕관념들이 개입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궁은 ‘포궁’으로 바꾸어 써야한다. 포궁은 세포 포(胞)자 집 궁(宮)자로 이루어진 단어로, 포유류의 암컷에서 수정란이 착상하여 분만 시까지 발육하는 기관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셋째로 ‘처녀작’이라는 말을 보자.
문단에서도 성차별적인 단어는 존재한다. 처녀작이란,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을 뜻한다. 그렇다면 ‘처녀’에 ‘처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처녀에게 순결함과 깨끗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의식을 드러낸다.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순결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처녀작이라는 단어 대신에 첫 작품 또는 초도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수화에서의 표현하는 남성과 여성을 보자.
말로 하는 언어뿐만 아니라, 손으로 표현하는 언어인 수화에서도 성차별적인 내용은 존재한다. 수화에서 ‘남성’과 ‘여성’을 각각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는가? 주먹 두 개를 쥔 후 으뜸을 의미하는 엄지손가락 두 개를 펼쳐서 남성을 표현하는 반면, 주먹 두 개를 쥔 후 새끼손가락 두 개를 펼쳐서 여성을 표현한다. 말 뿐만 아니라 수화에까지도 남성우월적인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 다룬 단어나 표현 말고도, 한국어에는 성차별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가 제법 많다. 이러한 표현은 모두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고치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들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즉 언어 속에 포함된 성차별적인 인식이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할 수도,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지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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