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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글자만 한글로 바꾸면 한글간판? - 김채원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11. 20.

글자만 한글로 바꾸면 한글간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김채원 기자
chaewon11@naver.com

 

광화문, 경복궁 앞 사거리는 대부분 한번쯤은 가봤을 법한 장소다. 사실 이 사거리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로 한글 간판이다. 가게들 대부분이 한글로 쓴 간판을 달고 있다.

 

한글 간판의 모습

 

그런데 가게 이름은 영어로 된 경우가 많다. 특히 카페는,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이다 보니 우리말 상호를 사용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 광화문, 경복궁 앞 사거리에 문을 연 가게들은 이러한 영어 이름을 발음대로 한글 자모로 바꾸어 간판을 달았다.

 

이렇게 한글 간판을 단 것은 두 곳이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앞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어 외국어 간판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한글 창제의 업적을 기려야 할 곳 주변이 전부 외국어 간판인 것은 분명히 지적받을 만하다. 경복궁은 조선 역사의 근본이자 핵심인 공간이다. 그런데 이 주변이 전부 외국어 간판이라면, 경복궁 자체의 위엄이 살지 않을뿐더러 한국 역사의 핵심 공간이 외국 문화에 침해당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역사와 전통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주변 가게들의 간판을 한글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과연 표기법만 한글로 바꾼다고 해서 진정한 한글 간판으로 볼 수 있을까? 한국 고유의 전통을 살리기엔 표기법만 바꾼 것은 다소 표면적인 변화에 불과하다. 그 취지는 물론 좋다. 외국어 사용빈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표기법이라도 한글로 바꾼 것은 시도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외국어를 한글로 바꾸어 표기한다는 것은 대다수가 전통을 중시하고 한글을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웃기다. 뜻조차 알기 힘든 외래어를 표기법만 바꾼다고 전통을 살리자는 취지로 보기엔 어렵다. 어쩌면 전통을 중시하는 공간에 외국어가 침해하고 있다는 강한 비판을 막기 위해 표면적으로만 바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의미있다. 좋다’라는 시각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글 간판도, 영어 간판도 아닌 느낌.’ ‘어중이떠중이 같다. 그저 웃기다.’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 ‘어색하다’라는 것과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표기법만의 변화는 한글 간판이 주는 그 취지가 제대로 살지 않는 느낌이다. 전통을 더 강조하기 위해, 외국어가 침해하지 않는 역사적 장소의 고유 의미를 더 살리기 위해선 아예 간판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유명 브랜드인 스타벅스, 이디야 같은 경우는 별다방, 가배 식으로 본사와 정부가 협업해 이름을 바꾼다면 취지가 더 사는 좋은 간판이 될 것이다. 또한 이름을 공모 받는다면 그 또한 우리말 사용의 좋은 취지를 공유할 수 이는 공모전까지 될 수 있다.

 

겉핥기식 우리말 존종, 전통 존중이 아니라 그 뜻까지 담아 우리말로 다 바꾼다면 진정한 한글 간판과 함께 광화문과 경복궁의 역사적 의미가 더 부각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광화문과 경복궁에서만 이러한 모습이 보이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순우리말로 간판 이름을 바꾼다면 광화문, 경복궁만의 특징을 더욱  독특하게 살리는 문화 혹은 관광거리로까지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한글 간판, 우리 말맛을 잘 살린 간판을 다는 것,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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