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14] 성기지 운영위원
남이 살던 집에 이사한 경우에는 집들이를 하기 전에 집을 새로 단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집을 보기 좋게 잘 꾸미는 일을 흔히 ‘인테리어’라는 영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집치레’라는 토박이말이 있다. ‘인테리어한다’는 말이 일반화하기 전에 우리는 이를 ‘집치레한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집을 새로 꾸미지는 않고, 그냥 손볼 곳만 고쳐 가며 집을 잘 가꾸고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에 쓰는 말은 따로 있다. ‘집치레한다’고 하면 인테리어를 한다는 말이고, 집을 매만져서 잘 정리하고 돌보는 일은 우리말로 ‘집가축’이라고 한다. “이번 연휴 때는 집가축을 하며 지냈다.”처럼 쓴다.
집치레나 집가축과는 달리, 집안의 여러 집물 따위를 옳게 간수하기 위해 정돈하거나 단속하는 일은 “집단속을 든든히 했다.”처럼 ‘집단속’이라 한다. 집단속을 했든 아니 했든 누군가 남의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찾기 위해 뒤지는 일을 ‘집뒤짐’이라 한다. 요즘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의 집을 뒤지는 일이 보도되고 있는데, 이를 “집뒤짐했다.”고 하면 된다. “가택 수색했다.”는 어려운 말을 일부러 만들어 쓸 까닭이 없다.
예전에는 집 흥정을 붙이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을 ‘집주릅’이라 불렀다. 이는 약재의 매매를 중개하던 사람을 ‘약주릅’이라 했던 것과 같다. 요즘에는 ‘부동산 중개인’이 일반화했지만, 부동산 가운데서 집 매매만을 전문으로 중개한다면 지금도 ‘집주릅’을 살려 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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