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글, ‘치지’ 말고 ‘쓰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강아현 기자
컴퓨터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전화기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대중화된 오늘날, 우리는 글을 ‘쓰는’ 것보다 자판을 ‘치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손글씨 문화는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다. 컴퓨터에 비치는 글자체가 익숙해짐으로써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글은 적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글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꿋꿋하게 일어나는 ‘한글 바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등에서 손글씨 배포
인터넷 포털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다음의 한글 바람을 주목할 수 있다. 네이버는 글꼴 ‘나눔 고딕’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매년 글꼴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나눔바른펜., .나눔스퀘어. 등 직접 제작한 글꼴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실용적으로 나눈다. 다음 또한 다음의 초기 화면 및 주요 서비스명에 적용되는 ‘다음체’라는 제목형 서체를 무료 배포하며 한글 바람에 동참했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생활을 독점적으로 차지함과 동시에 급속도로 성장한 ‘카카오톡’은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손글씨로 탄생한 ‘할머니 글씨체’를 배포했다. 학업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널리 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했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사람들에게 정감과 따뜻함을 전달하며 카카오톡 폰트 열풍을 일으켰다.
▲ 다음 카카오 ‘같이 가치’ ▲ 네이버 나눔 글꼴
한글 손글씨 공모전
한글학회에서는 손끝의 작은 기적을 자랑할 수 있는 ‘한글 손글씨 공모전’을 주최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공모마당은 사람들에게 한글로 글씨를 쓰게 하고 또 쓰는 버릇을 길러주고자 한다. 이외에도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 사투리 손글씨 공모전 등 다양한 대회가 열린다.
한글 바람을 일으키는 이들이 주목하는 손글씨의 범위는 평소에 연필로 쓰는 자필에 제한된 것이 아니다. 손글씨 가운데 멋글씨에 주목하자면, 멋글씨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디지털 활자만이 아닌 붓과 연필 등의 여러 가지를 잡게 하는 멋글씨는 한글에 디자인을 입혔고 현재 각종 용품의 디자인, 방송 혹은 영화 제목 등으로도 활발하게 쓰인다. 공모들의 공통적 목적은 단지 예술적 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입은 한글로 다가가, 민족의 역사인 한글의 가치를 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 한글 캘리그라피 협회
한글에 꽃을 피우다
위는 주변 사람들의 손 글씨들이다. 한 사람마다 그리고 한 글자마다 ‘다름’의 향이 물씬 풍긴다. 딱딱한 컴퓨터 글자체와 비교해보자. 컴퓨터 글자체는 손쉽고 빠르게 쓴다. 손 글씨는 ‘손으로’ 천천히 쓴다. 손쉽게 빨리 자판으로 쓴 한글이 아니라 한글을 직접 씀으로써 한글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한글이 만들어진 이후 우리는 우리 역사를 온전하게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글은 곧 역사의 결실이자 정체성이다. 인터넷이 지배적인 세상에서 한글을 돌보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손 글씨를 쓰는 것은 한글을 가꾸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한 시작이다. 우리 한글을 우리 손으로 지키기 위한 첫걸음을 타자를 치는 것에서 손으로 쓰는 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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