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LOVE’ 대신 ‘가짜 사랑’은 촌스럽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하성민 기자
anna8969@naver.com
한국음악의 새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
지난 5월 18일 새로운 음반으로 가요계에 돌아온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한 데 이어, ‘핫 100’에 10위로 진입하였다. 빌보드 200은 음반의 판매량, 트랙별 판매량,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실적 등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해당 주에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음반의 순위를 산정하는 방식의 도표이다. 과거에 원더걸스, 싸이, 엑소 역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으나 방탄소년단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 가수의 최고 기록이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서도 방탄소년단이 케이 팝(k-pop)의 새 역사를 썼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빌보드 200에서 외국어로 만들어진 노래가 1위를 차지한 것도 12년 만의 일이라고 하니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영상 누리집인 ‘유튜브’(YOUTUBE)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안무에 열광하는 외국인의 반응이 담긴 여러 영상이 있다. 그들은 방탄소년단의 화려한 안무와 중독성 있는 박자(리듬), 진부한 소재가 아닌 방탄소년단만의 개성이 담긴 곡에 감탄한다.
▲ 빌보드 누리집/ 방탄소년단이 팝 부문에서 두 번 히트해 케이팝 그룹으로는 처음 기록을 깼다고 적혀있다.
▲ 유튜브에 ‘FAKELOVE reaction’ 이라고 치니 약 990만 개의 결과가 나왔다.
노랫말 속의 외국어, 꼭 필요할까?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200 순위에 진입하였다. 새 앨범에는 주제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비롯해 총 11개의 곡이 있다. 그중에서 영어로 된 제목은 8개로 가사를 봐도 온전히 한글로만 이루어진 곡은 하나도 없다. 모든 가사에는 적어도 한, 두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외국어 단어와 문장이 들어가 있다.
이번 음반의 주제곡인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가사 역시 제목에 나타나는 'FAKE LOVE' 외에도 여러 영어 문장과 단어들이 있다.
'FAKE LOVE'는 지금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 아닌 것 같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노래의 핵심이 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 ‘FAKE LOVE'를 가짜 사랑이라고 했다면 지금의 곡이 지닌 느낌이 잘 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I wanna be a good man just for you'와 같은 가사를 ’너를 위해서 좋은 남자가 되고 싶었어’와 같은 식으로 쓸 수는 없었을까? 흔히 힙합 장르에서 운율(라임)을 맞추기 위해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곡의 박자와 리듬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외국어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어로도 웬만한 리듬은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다른 곡뿐 아니라 빌보드 순위에 올랐던 다른 가수들의 곡, 그리고 현재 멜론 등 국내 음악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곡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 외국어가 상당히 많다. 이제 한국의 대중음악에서 오직 한국어로만 된 노래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다음의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에어플레인 파트 투) (Airplane pt. 2)의 가사 일부이다. ‘you're a singing star'와 같은 영어 문장부터 ’EL Mariachi'라는 영화 제목이자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이 쓰였다. EL Mariachi는 영화 속 거리의 악사인 주인공의 이름을 사용해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소망과 이 세상 어디서라도 노래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했다. 이처럼 외국어를 반드시 써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어로도 충분히 바꿔서 쓸 수 있는 가사들이 많다.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일부 단어나 문장들은 외국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한국어로만 된 노래를 짓고 부르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모든 가사를 오직 한글로만 지어야 한다면 분명 가수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나타내지 못하거나 주제가 한정되는 등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무분별하고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가사에 넣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가사에 영어 등 외국어가 섞여 있으면 외국인이 직관적으로 그 뜻을 알 수 있고, 따라 부르기 쉽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무슨 뜻인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4~50대 역시 젊은 시절 외국의 팝송이 크게 유행했다.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영어를 들리는 대로 한글로 적어 따라 불렀다고 한다. 전 세계가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외국의 노래를 들을 때 모국어로 뜻을 찾아보고 발음대로 서툴게 따라 부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팝송이 전부 쉬운 영어로만 되어있어 따라 부르기 쉬운 곡들이 아니듯, 외국인들이 한국의 노래를 들을 때 영어가 많이 포함된 것을 찾는 것도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적혀있더라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찾아보고 따라 부르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제2, 3의 방탄소년단이 탄생하고 한국음악이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며 한국의 가수들 역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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