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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어른답다’와 ‘어른스럽다’의 차이

by 한글문화연대 2013. 12. 26.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답다’와 ‘○○스럽다’가 있다. 요즘 우리 생활 주변이나 방송에서 이 말들을 구별 없이 쓰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본디 뜻과 쓰임이 다른 표현이니 잘 가려 써야 할 말이다.

 

흔히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스럽게 행동하시죠.”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른에게 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이럴 때에는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답게 행동하시죠.”라고 해야 바르게 말한 것이다. 반면에, 어린 아이를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다웠다.”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때에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답다’는 어떤 말 뒤에 붙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자격이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답다’, ‘남자답다’, ‘어른답다’처럼 쓰게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닌데 ‘사람답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여자에게 ‘남자답다’고 한다든지 미성년자에게 ‘어른답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목소리가 굵고 호탕해 보인다고 해서 여자에게 “참 남자다운 면이 보이네요.”라고 말하면 잘못이다. ‘남자답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남자일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자에게 남자답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때에는 “남성스러운 면이 보이네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스럽다’는 어떤 말에 붙어서 ○○한 느낌이나 성질이 있다는 뜻을 보태어 준다. 여자 같은 남자에게는 본래 남자이지만 여성의 느낌이나 성질이 있다는 뜻을 더해서 ‘여성스럽다’고 말할 수 있고, 남자 같은 여자에게는 ‘남성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른처럼 행동하는 미성년자에게는 ‘어른답다’가 아니라 ‘어른스럽다’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스럽다’는 ‘평화스럽다’라든지, ‘복스럽다’, ‘사랑스럽다’ 따위처럼 추상적인 말과도 잘 어울린다. 이에 비해 ‘사내답다’,‘공무원답다’, ‘선생님답다’와 같이 구체적인 대상에는 ‘○○답다’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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