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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갈매기살과 홍두깨

by 한글문화연대 2018. 10. 11.

[아, 그 말이 그렇구나-255] 성기지 운영위원

 

음식점 차림표에서 ‘갈매기살’이라는 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갈매기 고기로 오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갈매기’와 ‘살’을 띄어 쓰게 되면 이 말은 영락없이 갈매기 고기가 된다. ‘갈매기살’을 한 낱말로 붙여 써야 비로소 돼지고기가 된다. 이 갈매기살 요리는 서울의 마포에서 퍼져 나간 음식이란 말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주물럭’이라는 불고기 구이도 마포가 원조라고 한다. 어쨌든 갈매기살도 불고기 구이의 한가지인데, 쇠고기 같은 맛을 가진 담백한 돼지고기이다.


돼지고기가 어떻게 해서 갈매기살이라는 이름으로 변했을까? 갈매기살을 요리하기 전에 날것으로 보면 꼭 보자기처럼 얇고 너덜너덜하게 생겼다. 이 살은 돼지의 가슴과 배 사이에 있는 횡격막이다. 횡격막은 우리말로 ‘가로막’이다. 그러기 때문에, 횡격막 곧 가로막을 이루는 살이 ‘가로막살’인 것이다. 이 ‘가로막살’은 ‘가로막의 살’ 또는 ‘가로막이 살’이라고 불리다가, ‘갈막이살’로 줄여서 일컫게 되었고, 뒷날 다시 ‘갈막이살’이 ‘갈매기살’로 소리가 변하여 굳어졌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소고기 또한 부위별로 가리키는 우리말들이 무척 많다. 그 가운데 ‘홍두깨’가 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다듬이질할 때 쓰는 나무 방방이를 ‘홍두깨’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또 소의 볼기살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소의 허리 밑으로 넓적다리 윗부분까지의 엉덩이 언저리에 붙은 살을 ‘홍두깨’, 또는 ‘홍두깨살’이라고 한다. 이 부위를 한자말로는 ‘우둔’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우둔’보다는 ‘홍두깨’가 더 정감 있게 느껴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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