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61] 성기지 운영위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가수가 방송 후에 ‘우리 언니를 예쁘게 봐 주세요’라고 하자, 이를 두고 어느 기자는 “OOO씨는 언니를 예쁘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라고 기사를 썼다. 이때 ‘당부하다’는 바르게 쓰인 말일까? 이 말은 사전에서 “단단히 부탁함. 또는 그런 부탁.”으로 풀이되어 있으므로, 부탁의 정도가 강한 경우에 쓰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부탁이라면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니 상대편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되는 일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부담이 되는 일을, 그것도 강하게 윗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부’라는 말을 윗사람에게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손윗사람에게는 “당부합니다.” 대신에,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바꿔 쓰고, ‘당부하다’는 손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마찬가지로, 한 개인(연예인)이 다수(시청자)를 상대로 ‘당부한다’고 하는 것은 바른 언어 예절이 아니다. 기자는 “OOO씨는 언니를 예쁘게 봐 달라고 부탁했다.”라고 기사를 썼어야 했다.


전통적인 언어 예절은 나날살이에서 가끔 잊혀가고 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어머님, 식사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예의에 맞는 표현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진지 잡수세요.” 또는 “진지 드세요.”라고 한다. ‘밥’의 높임말은 ‘진지’이지 ‘식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사’는 ‘밥을 먹는 일’을 뜻하는 말로 쓰이다가 오늘날에는 ‘밥’을 대신하는 말로도 함께 쓰이게 됐지만, 높임말은 아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식사도 못하신대요.”처럼 쓸 수는 있지만, 손윗사람에게 직접 맞대어 말할 때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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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