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36] 성기지 운영위원
어느 기업이 청소년층을 주요 판매 대상으로 한다며 ‘존버나이트’라는 음료를 출시했다. 음료 깡통에는 “ZONVER KNIGHT”라고 쓰여 있다. 당연히 영어에는 없는 ‘존버’가 무엇일까 궁금했고, 찾아보니 ‘존나 버티기’를 줄여서 쓰는 청소년 은어였다. 존나 버티기라니! 그 기업에서는 제품명에 ‘피로와 피곤함으로부터 잘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의미를 익살스럽게 담았다고 발표했다. 언제부터 ‘존나’가 익살스러운 말이었던가. ‘존나 버티기’를 줄여 쓴 ‘존버’는 아무리 은어라고 해도 비속어이다.
‘존버’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그 본디말인 비속어를 떠올리게 된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가 제품명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자유시장 체제에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비속어를 제품명으로 쓰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설사 청소년 은어인 ‘존버’가 이미 일반명사처럼 굳어진 새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나이트’란 영어와 결합시켜 나름대로(?) 영어스러운 제품명으로 만든 것이라면 그것은 더욱더 막아야 할 일이다. 우리말로 새말을 만들면 천박하고, 영어로 새말을 만들면 고급어 또는 전문어가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야말로 우리말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언어관이다. 언어에는 우열이 없다. 그러나 언어 사용자에게는 분명한 우열이 존재한다. 단지 기업 이윤을 위해 온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우리말의 주인인 국민들이 막아야 할 일이다. 우리 스스로 열등한 언어 사용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