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34] 성기지 운영위원



지난 4월 말쯤에 한 해 중 가장 밝은 금성을 밤하늘에서 볼 수 있었다. 금성의 거리가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북극성보다 1000배나 밝은 빛을 뿌렸다고 한다. 이른 새벽 희끄무레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비추는 금성을 우리 선조들은 ‘샛별’이라고 부르며 문헌에는 계명성(啓明星)이라고 적었다. 그렇다고 금성이 언제나 ‘샛별’인 것은 아니었다. 금성이 반짝이는 위치에 따라 특별한 우리말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주었다. 바로 ‘개밥바라기’이다.


‘개밥바라기’는 해 진 뒤에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금성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어스름해진 하늘을 비춘다 하여 어둠별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었고 한자말로는 태백성이라고 했는데, 그 어느 이름도 ‘개밥바라기’만큼 운치가 있지는 않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담는 조그마한 사기그릇을 바라기라 하였으니, 개밥바라기는 아마도 개 밥그릇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한다. 


그러면 왜 어두운 하늘의 금성을 하필이면 개밥바라기라 했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집집마다 마당에 키웠던 개와 관련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저녁이면 허기진 개가 낮에 먹던 빈 바라기를 윤이 나도록 싹싹 핥았고, 이와 비슷한 무렵에 서쪽 하늘에서 금성이 반짝거리고 있으니 이를 개밥바라기라 불렀음직하다. 이 개밥바라기 말고도 어두운 밤하늘에는 방향을 알려 주는 별이 또 있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그것인데, 그래서 북극성이나 북두칠성에는 ‘길잡이별’이라는 우리말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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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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