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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공공언어 바로잡기 활동

서울시 교육청을 꾸짖다

by 한글문화연대 2013. 7. 4.

구호 하나 외치고 글을 시작해야 겠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초등 한자 교육 강화 계획을 당장 멈춰라!!


7월3일 오전 10시 서대문 강북삼성병원 뒤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의 초등학교 한자 교육 강화 방침을 당장 거두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은 한글문화연대, 학글학회 등의 한글 단체와 뉴라이트 학부모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회 등의 학부모 단체가 함께 열었습니다. 


9시 40분. 기자회견 20분을 남겨두고 조금 일찍 서울시 교육청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종로경찰서, 교육청 직원 분이 먼저 나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소리통(앰프)이나 알림막 등의 기자회견 준비물을 차에 싣고 왔기에 주차할 곳을 찾다 교육청 직원분께 물으니 기자회견 하러온 차량은 주차할 수 없다고 하시네요. 야속하게도.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많이했습니다. 비가와도 서울시 교육청에 우리 주장을 밝혀야겠기에 비옷도 열 벌 준비하고, 읽어야 할 성명서도 비닐을 씌어 비에 젖지 않도록 나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날씨가 맑았습니다. 물러서지 않는 우리의 자세가 세종대왕님 보시기에 기특하셨나 봅니다. 


고맙게도 여러 곳에서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와주셨습니다. 


기자회견에는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한글학회 오동춘 감사,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송환웅 부회장,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안재응 부장, 한글학회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김태효 연구원, 한글문화연대 김명진 운영위원,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운영위원이 참석했습니다. 


한글학회 감사이신 오동춘 선생님은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덕배기에 있는 서울시교육청까지 걸어 오셔서 참가하셨습니다. "내 나이 이젠 여든이라 좀 힘이 드는구만. 그런데도 이런 문제로 싸워야 한다니...." 라는 선생님의 말씀 뒤로 우리나라 문자 혁명 역사에 깊게 배인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역시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성명서를 읽으셨습니다. 


우리 국어운동의 지치지 않는 실천가로 살아오신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님께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문 교육감이나 나는 국한문 혼용 교과서로 공부한 사람이다. 우리 문자 생활은 이미 한글 전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데 아직도 문 교육감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 같다. 초등학생에게 왜 한자를 가르쳐서는 안 되는지 내 자세히 일러줄테니 공개 토론회를 하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송환웅 부회장님께서는 “교육청의 한자교육이 사교육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교육청은 우리나라 풍토를 생각해야 한다”며 “교육열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교육청이 한자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송곳같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초등학생 주당 평균 공부시간이 44시간이고, 2011년 5인이상 사업장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1.9시간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왜 한자 공부라는 짐을 더 얹느냐? 일선 교사들은 교육과정에서 너무 많은 지식을 가르치려 해 개념을 제대로 이해시킬 여유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어려운 한자어를 너무 많이 싣고 있는 교과서도 문제라는 지적에 귀 기울여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명서> 서울시교육청은 한자 교육을 국어 교육으로 둔갑시켜 사교육 부추기는 짓을 당장 그만두라.


서울시교육청 문용린 교육감은 초등학생들의 공부 부담 증가와 사교육 팽창을 우려하는 시민과 학부모의 자제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등학교 한자 교육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초등학생이 한자를 몰라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 뜻을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한자를 가르치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는 문 교육감 개인의 취향이나 고집에 지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한글 전용 교과서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정착한 지 이미 40년이 지났다. 문 교육감 주장대로라면 그동안 현장 교사들은 책임을 저버린 채 엉터리 교육을 했다는 말인가? 문 교육감은 2002년에 한자 혼용을 공식 주장한 전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서, 한자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이제는 국어 교육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만일 문 교육감이 정말로 그렇게 국어 교육이나 개념어 교육을 걱정하고 있다면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 일이 아니라 국어 교육의 어려운 점이나 개념 교육의 실태를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부터 해야 했다. 그런 과정 없이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면서 한자 교육 수요를 조사한답시고 호들갑을 떠는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국어 교육은 곧 한자 교육"이라는 등식을 강요하며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한자 사교육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 주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무리는 우리가 문자 생활을 2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역대 국무총리나 교육부장관 출신들을 꼬드겨 한자 혼용을 주장하고 한자 교육을 부채질하는 데에 앞세워왔다. 문용린 교육감 역시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보지 못한 채 한자 맹신 단체와 한자 사교육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초등 한자 교육 강화 방침과 시대에 뒤처진 일부 언론인들의 맞장구는 한자 사교육업자의 홍보 전단에 딱 좋은 내용일 뿐이다. 


문용린 교육감이 진실로 우리의 국어 교육과 개념 교육을 걱정하고 있다면 한자 교육 강화를 위한 모든 시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한자교육추진단 설립을 멈추고 한자 교육 수요 조사를 중지해야 한다. 먼저 국어 교육과 개념어 교육에서 실제로 문제가 있는지부터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 까닭과 대책을 총체적으로 연구하여 내놓은 뒤 교사들의 의견과 국어 전문가, 교육과정 설계자, 인지심리학자, 문인, 사회과학자, 이공계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을 듣고 대책을 확정하라. 


초등 교사들은 교육과정에서 너무 많은 지식을 가르치려 해서 개념을 제대로 이해시킬 여유가 없다는 사정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귀담아 들어야 할 하소연이다. 어려운 한자어를 너무 많이 싣고 있는 교과서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장의 이러한 지적에 귀를 닫지 말고 꼼꼼히 그 타당성을 짚어야 한다.


이런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어 교육과 한자 교육을 등치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국어교육을 망치는 짓임을 우리는 분명히 지적한다. 우리의 지적을 무시하고 초등 한자 교육을 강행할 때에는 문용린 교육감 퇴진 운동을 벌일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의 요구

1. 문용린 교육감은 초등 한자 교육 강화 책동을 당장 중지하라!

2. 서울 한자교육추진단을 당장 해체하라!

3. 한자 교육을 국어 교육으로 포장하는 눈속임을 중지하라!

4. 국어 교육과 개념 교육을 알차게 추진할 방안부터 강구하라!


2013년 7월 3일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뉴라이트학부모연합,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 국어문화운동본부, 국어순화추진회, 또물또세종식국어교육연구소,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 한말글문화협회,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우리말바로쓰기모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한국겨레문화연구원,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짚신문학회, 참배움학교연구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한글문화연구회, 한글문화원, 한글사랑운동본부, 한글서체연구회, 한글이름펴기모임, 한글재단, 한글철학연구소, 한말글이름을사랑하는사람들, 한힌샘주시경선생기념사업회, 훈민정음연구소, 훈민정음학회 (단체 36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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