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 이끌려 서울대학교에 왔어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규리 기자

kyu0814ri@naver.com

 

 

한국 음악, 드라마 등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다른 문화에도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을 통해 접하게 된 한국에 매력을 느껴 한국으로 여행을 오거나 언어, 역사를 배우는 등 한국을 향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고향 태국에서 케이팝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였지만 지금은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실력자가 된 한 학생을 인터뷰하였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국가장학생으로 한국에 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핌차녹(พิมพ์ชนก, 한국 이름 주희’) 씨를 만나보았다.

 

기자에게 한국에 오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는 주희 씨 ( 오른쪽 )

 

인터뷰는 821,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신양학술정보관에서 진행되었다. 주희 씨는 능숙한 한국어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인터뷰의 포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가 배우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아이돌의 말을 알아듣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저는 특히 SM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인 엑소, 레드벨벳, 엔시티를 좋아했어요.”

혼자서 공부하던 주희 씨는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고등학생 때 제대로 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만큼 빠르게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자, 한글 책에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한글 자막을 켜고 보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단어의 의미를 반드시 찾아보았다. 예문도 함께 적어두고 단어의 용례를 익혔다.

주희 씨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누리집은 바로 한국어기초사전(krdict)’이었다. 언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한국어와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도 쉬워 자주 활용했다고 한다.

 

(주희 양이 자주 사용하는  ‘ 한국어기초사전 ’  화면.) 

 

그러나 한국어 공부는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주어 다음에 서술어를 쓰는 것에 익숙했던 주희 씨는 한국어로 말하거나 한글로 쓸 때 서술어를 마지막에 두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태국어, 영어는 동사 다음에 목적어를 쓰는 반면, 한국어는 목적어를 먼저 쓴다. 이러한 어순의 차이는 회화 실력을 기르고 싶은 주희 씨에게 큰 걸림돌이 되었다.

지금은 90% 이상 알아들을 수 있는데 제가 완벽한 말로 내뱉으려고 하면 아직도 쉽지 않아요.”

이러한 어려움에도 공부한 결과, 주희 양은 2019년 겨울, 서울대학교에서 입학 통지를 받았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3개의 한국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토픽(TOPIK,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가장 높은 6등급이나 5등급을 받은 학생은 바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지만 1~4등급 학생들은 보충 학습기관에 잠시 머물러야 한다. 따라서 주희 씨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뒤 부산에서 1년간 공부하며 한국어 실력을 다졌다. 부산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한 학기 동안 공부한 결과 6등급을 받았지만 코로나가 심해져 곧장 서울에 오지 않고 한 학기 더 수학했다.

이 모든 과정은 국가에서 학비를 지원받아 이루어졌다. 나라별로 장학생 정원이 할당되는데 태국인 중에서는 오직 5명만이 이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서울대학교는 태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다른 외국인 학생들에게 꿈의 학교죠. 하지만 최고의 대학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도전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서울대학교가 생각보다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는 것, 여기서 공부하면 이점이 많다는 것에 대해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고자 최근 줌(Zoom, 온라인 소통 매체) 방송을 진행했어요.”

해당 방송은 석사 과정을 밟은 다른 태국 학생과 함께하여 300명 가까이 되는 시청자 수를 기록하였다. 이 방송에서 주희 씨는 ‘SNU Life(서울대학교 생활)’라는 제목으로 태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국가장학생이 되는 방법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의 장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 온라인 소통에서 사용했던 방송 화면의 모습 .)

 

서울대학교는 시설도 좋고 외국인들도 많이 있어서 국제 학교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외국인 학생에 대한 차별도 없어요. 오히려 외국인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굉장히 많아 편하게 다닐 수 있어요. 좋은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주희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좋은 시설로 도서관을 꼽았다. 지금도 토픽(TOPIK) 한국어 능력 시험을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자주 방문한다.

 

지금까지 케이팝 가수들에 대한 열정이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한국 대학교에 입학까지 한 외국인 학생의 이야기를 전했다. 주희 씨의 이야기를 통해 케이팝과 한국의 문화 상품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고 그들에게 더 많은 학습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노력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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