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대표 이건범입니다.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당장 철회해 주십시오.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한 수많은 국어단체들의 모임인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에서 이 정책의 문제점을 토의하고,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성명서를 첨부하니 우리의 문제의식과 비판에 귀 기울려 주시기 바랍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에서는 6명의 대표단을 구성하여 부산시장과 면담을 추진해 우리의 충정어린 반대 의견을 전하기로 했으니, 하루빨리 면담 일정을 잡아주십시오. 일정 조율은 이건범(010-8758-7585)과 상의하여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
부산광역시 민선8기 박형준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시절에 주요 정책 중의 하나로 ‘영어상용도시’ 추진을 발표하였습니다. 2030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 박람회에 대처하고 세계 주축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추진한다지만, 이 정책은 자칫 대한민국 전체의 언어 사용 환경을 어지럽히고 공공기관의 영어 남용을 부채질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은 당장 이 정책을 철회해야 합니다. 선거 운동 당시 박형준 후보는 부산에서 자라면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영어친화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영어상용도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요건 중의 하나로 외국 경제인들과 관광객들이 영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 편리한 외국인 정주환경 조건을 주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민간과 공공기관의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영어마을 같은 교육 기관을 추가로 세우거나 유치하고 어린이복합문화공간에서도 시설 내에 영어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 선거 이후에 부산시청과 부산교육청이 함께 세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이 정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1. 시대착오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예산 낭비 사업이 많습니다. 서울시에서 2003년에 공문서를 영문으로 만들고 간부들 영어회의를 추진했던 영어공용화 정책, 서울 서초구청이 2008~9년에 시행했던 공무원 영어회의 등이 이미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습니다. 파주 영어마을을 비롯한 여러 영어마을이 모두 실패했으며, 2008년 영어몰입교육 시도도 교육적 근거가 부족하여 무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책들을 답습하고 있으니, 예산과 노력을 헛되이 쓸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부산시에서만 이를 성공시킬 특별한 재주나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더구나 이번 영어상용도시 공약은 스웨덴 민간 영어교육업체의 상업적 평가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충분한 현실적 근거도 없습니다. 유럽연합의 공인도 받지 않은 어느 스웨덴 민간 어학원의 각 나라 수강생 평가 결과를 근거로, 게다가 평가 결과 1위가 아닌 스웨덴이 영어를 가장 잘하는 나라라고 왜곡하면서 스웨덴식 영어 교육을 부르짖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업체의 평가를 보더라도 한국의 영어 실력은 영어권 식민지가 아니었던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우수합니다.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영어교육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론적 근거와 경험적 성공사례가 없는 공상적 영어실험에 학생과 시민, 공무원들을 몰아넣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더구나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의 통번역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때에, 과거의 낡은 방식을 따라 외국인과 소통하는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쉽고 정확한 소통을 방해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려다 보면 정책 이름과 사업 이름, 공공시설의 이름, 행사명, 행정 용어 등에 영어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부산시는 광안대교를 다이아몬드 브릿지로, 달맞이길을 문탠로드로 바꾸어 부르는 등 영어를 남용하는 일이 많아 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역 이름에서도 센텀시티, 마린시티, 에코델타시티, 그린시티 등 대한민국 도시답지 않게 외국어를 남용하고, 휴먼브릿지, 금빛노을브릿지, 사상리버브릿지, 감동나루길 리버워크 등 새로 만드는 시설 이름에도 영어를 잔뜩 넣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과 행정 용어에서도 영어 사용이 늘어날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이미 선거 공약에서 부산시청뉴스와 부산시청 서류, 안내판 등에 영어를 적용하겠다고 했으니, 영어 홍수 속에서 정작 공공정보 그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이 생길 판입니다. 이는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국민의 알 권리를 해치게 될 것입니다.
3.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부담을 안깁니다. 일반 시민들이 외국인과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한다는 건 엄청난 공부와 경험을 요구하는 부담스러운 과제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경쟁지상주의적 환상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공부할 필요나 의욕이 절실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여 영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실효성은커녕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짜증을 안겨줍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식어는 한국어인데, 영어를 몰라 한국 사람이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면 이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 시민에게 불편을 감내하라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방법이 어찌 시민들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하여 달성할 일이겠습니까? 게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를 다루는 공공언어에서 영어를 남용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외국어 약자의 자존감을 짓밟는 결과가 뻔히 보입니다. 세계 박람회에 대비하는 일이라면 전문 통번역사와 자원봉사자, 정보통신기술 등을 잘 활용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돕고, 부산시민은 한류의 본고장 시민답게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일에 치중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세계인들은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고 세종학당과 한국어학당을 찾고 한국을 방문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부산시의 말문화가 대한민국 말문화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여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하루빨리 철회해야 합니다. 만일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에서 우리 국어단체들의 충언을 듣지 않고 영어상용도시 정책 추진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힙니다.
2022년 8월 3일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참여단체]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한글문화연대, 한국겨레문화연구원, 국어순화추진회, 한글재단, 한글사랑운동본부, 한국국어정보학회, 국어단체연합 세종국어문화원, 국어문화운동본부,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 갈물한글서회, 짚신문학회, 훈민정음학회,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훈민정음가치연구소,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한글바른말연구원, 한글문화세계화추진본부, 한국땅이름학회, 한국폰트산업협동조합, 한국폰트협회, 한글서예사랑모임, 제주도서예문인화총연합회, 영주연묵회,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한말글문화협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동문회, 한말글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 전국국어교사모임, 한말글, 한글철학연구소, 세종한말글연구소, 훈민정음연구소, 우리말바로쓰기모임, 한글서체연구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한류문화산업포럼, 밀물무용예술원,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한국문법교육학회, 한국작문교육학회, 한국화법교육학회, 한글문화연구회, 한글이름펴기모임, 한국글꼴개발연구원, 한국음성학회,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한글새김예술원, 애산학회, 세종문화예술연구소, 퍼니피쉬, 서예문화연구원, 세종국악관현악단, 한글문화산업디자인연구소, 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 영토문화관 독도, 한국서학회, (주)넷피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추진국민운동본부, 문일엔지니어링, (주)옛기술과문화, 세종한글문화포럼, 한국창극원, 세종마을가꾸기,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시민모임, 그 밖의 한말글을 사랑하는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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