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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언론에 나온 우리

[오마이뉴스] '줄임말 신조어' 피해야 할 현상? "그렇지 않다, 다만"-2023.04.30

by 한글문화연대 2023. 5. 2.

"언어라는 것이 어렵게 쓰여질 경우에 한 개인에게 족쇄도 감옥도 될 수 있구나. 그게 제가 언어는 인권이라고 주장하게 된 계기였어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20년 간 국어 운동에 몸담고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고 있다. 그는 2012년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을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고, 공문서에 한자를 혼용하자는 사람들이 청구한 위헌심판에서 한글전용을 변론하여 지켜냈다. 2018년에 이 분야의 공적을 인정받아 외솔상을 받았다. 다음은 지난 20일 그와 진행한 인터뷰다.

 

(중략)

 

- 그렇다면 요즘 새로운 말, 신조어. 이런 풍조나 세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조어가 거의 다 줄임말들이잖아요. 줄임말은 피해야 할 현상이다? 이것도 나는 마땅한 생각은 아니라고 봐요. 왜냐하면 기성세대들도 다 줄여왔거든요. 기성세대들도 문화체육관광부를 '문체부'라고 불러왔고, 국회에서도 추가경정예산을 '추경'이라고 불러요. 이처럼 줄임말의 사용은 예전에도 있었는데 현대사회는 정보통신의 발달 때문에 전달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량도 많아지게 되면서 급격해졌어요. 근데 이제 공공 언어들까지 줄임말이 침투하게 된다면 그건 문제가 되는거죠. 줄임말을 만드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좀 불가피한 면도 있어요. 이제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가야한다는 거죠.

다음으로 로마자 약칭도 마찬가지에요. 로마어 약칭 보다는 우리 말 약칭으로 바꾸어서 이해의 단서를 제공해주는게 필요하죠. 예를 들어 미국연방준비제도를 'FED' 보다는 '미연준'이라고 부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한글문화협회에서도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와 함께 '우리말 약칭 제안 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듯 신조어라는 것은 사실 필요한 거에요. 근데 그걸 만들 줄 아는 능력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문제에요. 제대로 못 만드니까 오히려 외국어와 한자어를 사용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말 자원을 잘 활용해서 우리말의 어휘 자원을 늘려가야 해요. 우리말로 학술 용어를 못 만들고, 영어만 사용하게 되면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우리 학문의 대중화에 상당히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무엇보다도 자신의 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나서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하는 노력을 많이 해봐야 돼요. 그 다음으로 어려운 외국어와 한자를 남용하는 말들을 보면 시민 의식을 좀 발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어려운 말들을 쉬운 우리 말로 쓸 수 있게끔 의견을 내고, 사회에 요구할 줄 알아야 돼요. 

마지막으로 대체어가 없는 새로 들어온 말들에 대해서는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어요. 사람들은 어딘가에다가 이름을 붙일 권리가 있어요. 아이를 낳아도 이름 붙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것을 남의 권리라고만 생각할 이유는 없어요. 나아가 그런걸 바꿔달라 직접 요구를 하면서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겠죠.

그렇다고 내가 결코 외국어를 공부하지마라, 외국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에요. 우리가 축구를 할 때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축구장에서의 나름의 재미와 규칙을 위해서잖아요. 농구를 할 때 역시 발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 나름의 규칙과 재미를 위해서죠. 그러니까 우리 한국어 공동체에서 생활할 때에는, 공용어가 한국어인 나라에서는 당연히 한국어를 사용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런식으로 우리말을 지켜가려는 노력을 하면 좋겠어요."

 

출처: https://omn.kr/23qv5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2023.04.30.)에서 발행한 기사입니다.

 

'줄임말 신조어' 피해야 할 현상? "그렇지 않다, 다만"

[인터뷰]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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