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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대한민국 밤하늘의 '별과 별 사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19.

부쩍 해가 짧아진 11월. 학생들 사이에서는 만나면 서로의 안부 인사보다 두 가지를 묻는다.

바로 ‘허니버터칩’을 먹어보았는가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 인터스텔라



인류는 기원전부터 우주의 변화를 궁금해했고, 이집트에서는 달의 접근에 의한 나일 강의 범람을 기준으로 달력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썼을 정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는 인류에게 궁금증의 영역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식으로 달력의 개념이 만들어진 건 이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16세기 그레고리 달력이다.)

이런 우주에 대한 궁금증은 서양에서는 16세기경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론과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실질적인 은하계 관찰 등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별과 별 사이’에 대해 어떤 관심 있었을까?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의 천체관측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이미 고구려 시대 때부터 별을 관측하는 첨성대가 존재했으며, 백제 역시 일본과 천문학을 교류한 역사적 사실이 있는 걸 보면 별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게다가 경주에는 신라 시대의 첨성대까지 있으니, 우리나라는 실로 오래된 ‘별의 연인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이 ‘별’ 들을 무엇이라 불렀을까?

일단 지구와 가까이 있는 금성의 경우 실제로 눈만으로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잘 보이기에 많은 우리말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일명 개밥바라기별이 바로 금성의 우리말 명칭이다. ‘바라기’는 그릇을 뜻하는 단어로, 현대어로 해석해보면 ‘개 밥그릇 별’이라고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에게 밥을 주는 시기인 초저녁에 금성이 떠 있는걸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어둠별’,’모작별’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지난 12일에는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긴 시간 끝에 인류역사상 처음으 혜성표면에 착륙했다고 하는데 이 ‘혜성’ 역시 순 우리말로 표현이 있다. 바로 ‘꼬리별’ 혹은 ‘꽁지별’이다. 혜성의 모습을 보면 태양에 의해 생긴 1억 5천만km 가 넘는 긴 꼬리가 달린 채로 지나가곤 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붙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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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 혜성의 모습▲’꼬리별’ - 혜성의 모습



우리에게 엄마곰과 아기곰 일화로 익숙한 북두칠성은 생긴 모양대로 ‘국자별’로 불리곤 했다. 그 생김새가 ‘마치 뒤집어 놓은 국자와 비슷하다.’라는 생각들 때문이다.



▲ 밤하늘의 숟가락 ‘국자별’ - 북두칠성▲ 밤하늘의 숟가락 ‘국자별’ - 북두칠성


생긴 모양을 본 떠 부른 것은 ‘카시오페아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1년 내내 관측 할 수 있고, 일반인도 찾기 쉬운 이 별자리를 보며 서양인들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카시오페아’ 여왕을 떠올렸지만, 우리 조상들은 신기하게도 ‘닻’ 모양을 떠올렸나 보다. 그래서 이 별자리는 ‘닻별’로 불리곤 했다.



▲ ‘닻별’ -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닻별’ -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마지막으로 영어로도 ‘밀키웨이’,’갤럭시’ 등 다양한 단어로 존재하는 ‘은하수’는 순우리말로 ‘미리내’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리’는 옛말로 용을 뜻하는 단어이며, ‘내’는 개천을 뜻한다. 즉 합쳐서 말하면 ‘용이 사는 개천’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과거 우리나라에선 ‘용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한다.’라고 믿으며, 은하수의 모양이 마치 승천한 용이 살아갈 강이 흐르듯 반짝이는 모양이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 거로 추측한다.


▲ 친숙한 그 이름 ‘미리내’ - 은하수▲ 친숙한 그 이름 ‘미리내’ - 은하수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궁금해했던 저 하늘 너머 ‘별과 별 사이’의 세상. 영화를 본 뒤, ‘‘별과 별 사이’를 관측하기 좋은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별들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이종혁 <ququ19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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