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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드라마 속 지역 방언들 - 이명은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10. 4.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드라마 속 지역 방언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이명은

01auddms@naver.com

 

출처: 씨네21 <친구> 영화 정보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는 영화 <친구>에 나온 유명한 대사이다. ‘아부지’, ‘-노’ 등의 표현으로 경상도 방언이 사용된 대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경상도 방언이 대사에 잘 활용된 영화 중 하나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한국 영화는 표준어 대사만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지역 방언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적극적으로 경상도 방언을 활용해 개성 있는 대사들을 뽑아낸 <친구> 외에도 지역 방언이 잘 드러난 영화·드라마의 예는 많다.

 

출처: 씨네21 <택시 운전사> 영화 정보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 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를 취재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 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니 만큼 <택시 운전사>는 그 시절 광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배우들의 전라도 방언 구사도 광주라는 배경에 생생함을 더해주었다.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배우도 영화 속 인물을 더욱 사실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지역 방언을 배우는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출연 배우인 류준열은 전라도 출신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출연 배우 유해진도 실제 광주 출신 사람에게 전라도 방언을 배웠다고 말했다.

 

출처: 네이버tv 우리들의 블루스 영상 [8화 선공개] 노윤서에게 생선살 발라주는 쏘 스윗 배현성..❤ 할망들 눈에도 꿀이 뚝뚝! 아꼽다🥺

 

지난 해 종영한 티비엔(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 지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그려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여러 지역 방언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사람이 생소하게 여기는 제주 방언을 드라마 속에 그대로 담아내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속에서 표준어 사용자가 알기 어려운 제주 방언 대사가 등장할 때는 표준어 자막을 띄워 드라마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제주 방언 대사는 드라마 속에서 제주 지역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했으며, 드라마의 인기는 사람들이 제주 방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드라마 속에서 적극적으로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영화·드라마의 배경이 된 지역의 분위기를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며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극 중 인물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는 점에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지역 방언 대사의 등장이 많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 지역 방언이 등장하면, 해당 지역 방언 화자들이 자신의 언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옛날엔 예능 방송에서도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투를 표준어로 고쳐 말하려고 노력했다. 현실에서도 상경한 지역 방언 화자들이 지역 방언을 자제하고 표준어를 익히려고 노력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화나 드라마, 예능 방송 등에서 적극적으로 방언을 사용하면 해당 지역 방언의 화자가 자신의 언어를 교정의 대상이 아닌 개성으로 인식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 속의 지역 방언이 해당 지역에 대한 편견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영화·드라마 속에서 조폭은 전라도 방언을, 촌스러운 사람은 강원도 방언을 사용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극 중 인물 중 경상도 방언을 사용하는 인물은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성격이고 충청도 방언을 사용하는 인물은 어리바리하고 답답한 성격일 때가 많다. 인물 설정에 지역 방언 화자에 대해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지역 방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영화·드라마 속에서 지역 방언 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물·배경 설정에 생동감을 부여하되, 편견을 기반으로 지역 방언 대사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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