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는 한국 근대사가 시작된 19세기 말~20세기 초 모습을 130여 년 동안 간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문호를 개방해 외세 문물을 받아들인 곳이다. 그로 인해 인천항(제물포)에는 한국 근대화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 외세가 조선 침략의 교두보로 이곳을 개발하면서 외국 상인이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치외법권(다른 나라의 영토 안에 있으면서도 그 나라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국제법에서의 권리) 지역이 생겨났다. 지난 10월25일 개항장 문화지구를 찾아 이용 설명문이나 안내문에 어렵고 낯선 표현이 있는지 살펴봤다.
먼저 짜장면박물관을 나와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이라고 쓰인 비석을 볼 수 있다. 이 계단을 등지고 오른쪽이 청나라 거주지, 왼쪽이 일본 거주지다. 계단을 따라 올라서 인천항을 내려다보면 치열하게 전개된 열강들의 다툼과 그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으며 살았을 백성들의 아픔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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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소실된 외국인의 주택’을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실(消失)이라고 하면 ‘사라져 없어짐. 또는 그렇게 잃어버림’이라는 뜻으로 여기기 쉽지만 여기서 말하는 소실(燒失)은 ‘불에 타서 사라짐’을 의미한다. 한자를 잘 모르는 어린이들도 많이 찾는 공간인 만큼 ‘불에 타 없어진’이나 ‘화재로 없어진’이라고 조금 더 쉬운 말로 써주면 좋겠다.
지난 6월부터 12회에 걸쳐 ‘쉬운 우리말 쓰기’를 연재하며 생태공원, 체험관, 전시관, 박물관 등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글을 통해 외국어나 일본식 한자표기, 어려운 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고 공공언어에서 바른 우리말 쓰기가 왜 중요한지 알아봤다. 공공현장에서 접하는 안내문과 설명문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학생들이 말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끝>
출처: https://v.daum.net/v/20231127172512229
이 기사는 한겨레(2023. 11. 27.)에서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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