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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넘어지다'와 '쓰러지다'

by 한글문화연대 2014. 12. 19.

[아, 그 말이 그렇구나-69]'넘어지다'와 '쓰러지다'/성기지 운영위원

 

길가에 베어져서 눕혀 있는 나무들을 가리켜 “나무가 쓰러져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나무가 넘어져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몸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닿는 상태를 가리킬 때 상황에 따라 ‘넘어지다’ 또는 ‘쓰러지다’라고 말한다.

 

엄밀히 구별해 보면, ‘넘어지다’는 발바닥을 제외한 몸의 일부가 바닥에 닿는 상태를 뜻한다. 가령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하는데, 이를 “돌부리에 걸려 쓰러졌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쓰러지다’는 몸 전체가 길게 바닥에 닿는 상태다. “과로로 쓰러졌다.”라는 말을 “과로로 넘어졌다.”로 표현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완전히 베어져서 길가에 누워 있는 나무를 가리켜 말할 때는 “나무가 쓰러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나무가 넘어져 있다.”고 하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

 

그런데 태풍에 뽑혀진 나무의 경우에는 뿌리의 일부가 땅에 박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태는 ‘나무가 (태풍에) 넘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나무 전체가 완전히 뽑히거나 잘려서 바닥에 누워 있으면 쓰러진 것이고, 뿌리 일부가 땅에 박힌 상태에서 넘어가 있으면 넘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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