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가 인기를 끌며 '핫플레이스' 카페가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 개성과 콘셉 트에 충실한 카페들에서 한국어를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카페의 메뉴와 메뉴 설명이 모두 외국어로 되어있을 뿐만 아니 라 알아보기 힘든 필기체로 쓰여진 것도 있다. '힙'한 느낌을 주기 위해 외국어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과도한 외국어 사용 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카페는 미숫가루 음료를 영어 스펠링의 자음을 딴 'M.S.G.R'로 표기했는데 누리꾼들은 메뉴의 정 체를 알 수 없어 불편하다며 비판했다. 미숫가루를 표기하는 정체불명의 외국어 사용은 대기업 제품에서도 일어난다. SPC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4월 'MSGR 블라스트'를 출시했다. 배스킨라빈스는 'MZ 세대를 겨냥 한 독특한 이름'이라며 홍보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가게의 간판을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이 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하고, 외국어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 다면 한글과 같이 적어야 한다. 일례로 2004년 법원은 국민은행(KB)과 한국통신(KT)이 로마자로만 상호를 표시해서 옥외 광고물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외국어만 쓰인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고 대상이 한정적이라 법 률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 시행령 5조에 따르면, 4층 이하에 설치되는 크기 5㎡ 이하 간판은 허가 및 신고 대상이 아니다. 또한 신고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상호를 외국어로 등록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유로 인정받아 규제에서 벗어난다. 물론 가게 안에 있는 메뉴판은 옥외광고물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외국어로만 적는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일부 카페와 식당들은 왜 영어 메뉴판을 고집할까? 국립국어원이 2020년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외국어와 외래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22.9%가 '외국어와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 능력 있어 보여서', 15.7%가 '우리말보다 세련된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외국어로 된 간판이나 메뉴판이 단순 한 정보 전달 차원이 아니라 장식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의 정보 이용을 불편하게 하고 외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표기는 지양해야 한다. 잘못하면 외국어 능력에 따 라 이용 여부를 차별하게 되는 언어적 차별로 이어지고, 'M.S.G.R'와 같이 정체불명의 영어 표기를 이해하는 사람만 즐기 라는 '배제'의 문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외국어 표기를 할 때는 최소한 한국어를 함께 써서 소비자를 차별하는 일은 없 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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