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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챗지피티 시대, 우리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 김민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4. 3. 14.

챗지피티 시대, 우리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민

kimminals67@naver.com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 실제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그중 인공지능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지나 창의력이 필요한 일까지 해내고 만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인간의 것으로 여겨졌던 창조성에까지 손을 뻗는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불리던 것들이 서서히 허물어진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정제된 지식과 정보를 입력하고 결과를 도출할 줄 알기에, 다음에 올 값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그러한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서비스가 바로 챗지피티(ChatGPT)이다. 챗지피티는 입력된 값과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가장 근접한 답을 찾아낸다. 인간은 이 똑똑한 대화형 인공지능이 알아들을 수 있는 똑똑한 질문에 대해 고민한다. 새로운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챗지피티를 남용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는 요즘이다. 챗지피티의 남용으로 인해, 인간은 문해가 아닌 '문맹'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이달 7, 챗지피티를 악용한 범죄를 검찰이 기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문체를 의심한 정기훈 검사(사법연수원 44)가 이를 적발해 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는 챗지피티를 이용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탄원서에는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 맥락이 맞지 않아 부자연스러운 문장들이 있었다. 구치소에 있던 30대 남성 A씨로부터 탄원서 조작을 부탁받은 지인이 '고양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넣어 탄원서를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챗지피티를 악용한 증거조작·위조 범행을 기소한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업무나 과제를 챗지피티로 해결한 사례 또한 비일비재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오세욱 책임연구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에 의하면 디지털 문해력은 기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의 표면적 내용뿐만 아니라 심층적 의미를 이해하고, 다양한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오세욱 위원은 쓰는 이의 정신 자체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정신 자체를 발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미디어가 된 시대에, ‘쓰는 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으며, 크게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쓰는 이가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누구에게 질문해야 할까? 인공지능을 대상으로는 쓰는 이의 정신을 이해하며 자신의 정신을 발현시키는 것이 불가능한데, 디지털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까? 전지적이고 똑똑한 인공지능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을 똑똑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과연 디지털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길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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