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에서 한국어가 들린다고?" 글로벌 게임 속 한국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김예림
세계적인 인기 게임 ‘오버워치’에서 한국 캐릭터 ‘디바(D.Va)’를 만나면, 낯설면서도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이 든다. 이런 감정은 한국인 사용자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한국어가 들리는 해외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설정을 넘어서, 게임 속 언어 다양성과 문화 포용성이라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글로벌 게임 속에서 한국어가 등장하는 빈도는 예전보다 확실히 늘어났고, 표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어떤 게임은 한국어를 단순히 장식처럼 활용하는 반면, 어떤 게임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먼저 아쉬운 사례부터 보자. 몇몇 게임에서는 한국어가 단지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장식으로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도시 배경에 한국어 간판을 넣긴 했지만 그 문구가 전혀 말이 되지 않거나 오타가 섞인 경우가 많다. 락스타 노스사의 ‘그랜드 테프트 오토 Ⅳ(통칭 GTA4)’에서는 실제 거리에서는 보기 힘든 “토끼 머리” 같은 어색한 단어가 간판에 등장해,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는 한국어가 단지 ‘분위기 소품’처럼 소비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 Ⅳ(통칭 GTA4)’ 속 어색한 한국어 간판
반면, 한국어가 게임의 일부로 정교하게 녹아든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블리자드사의 ‘오버워치’ 속 한국인 캐릭터 ‘디바’는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의 파일럿이라는 설정에 맞게, 실제로 한국어 대사를 사용한다. “시작해 볼까?”, “날 이길 순 없을걸?” 같은 대사는 캐릭터의 성격과 배경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디바는 한국판뿐만 아니라 일부 외국어판에서도 한국어를 섞어 말해, 외국 사용자들에게도 신선한 인상을 준다.
‘오버워치’는 디바 캐릭터 외에도 2018년에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맵을 추가해 화제를 모았다. 해동용궁사나 부산역 등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한 이 맵은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현실감 있는 한국어와 배경이 게임 내에서 잘 녹아든 사례는 드물지만, 점차 그 수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전 세계로 확산된 ‘K-컬처’의 영향이 크다.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뿐 아니라, 한국어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게임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 회사들도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한 현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음성 더빙과 인터페이스 조정, 배경 묘사까지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도 많다. 또한, 외국인 사용자들에게는 한국어가 하나의 '새로운 언어 경험'이 되기도 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문화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게임 속 언어가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되는지는 그 게임이 얼마나 열려 있고 포용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사의 ‘발로란트’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 같은 게임들도 한국어 음성을 별도로 지원하고, 한국 캐릭터의 정체성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게임 속 한국어는 이제 단순한 ‘숨겨진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이에게는 자부심을, 또 어떤 이에게는 신선한 문화 경험이나 한국어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는 게임 속에서 어떤 한국어를 만나게 될까? 한국어가 게임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언어로 자리 잡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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