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서 시작된 한국어 교육자의 꿈
한국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브라질에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어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가 있다. 기자는 브라질리아 세종학당에서 운영요원이자 교원으로 활동 중인 사라 칼리 지 브리뚜 히베이루(Sarah Khalli de Brito Ribeiro) 씨를 만났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소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즐겨 배워온 사라 칼리 씨는 2015년 유튜브에서 우연히 추천받은 소녀시대의 ‘I got a boy’ 뮤직비디오를 보며 한국어를 처음 접했다. 이때부터 사라 칼리 씨는 케이팝에 호기심이 생겼고 가사와 콘텐츠를 이해하고자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학업과 대학 입시 준비로 한국어 공부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라 칼리 씨의 한국어 공부는 대학 진학 이후 다시 시작됐다. 그가 다니던 브라질리아 대학교의 언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중 브라질리아 세종학당이 설립되면서 그곳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사라 칼리 씨는 “브라질리아 세종학당에서는 학비 부담 없이 훌륭한 선생님과 공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세종학당을 졸업한 이후에도 한국어 공부에 대한 그의 열정은 계속됐다. 그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며 상파울루 한국교육원에서도 한국어 수업을 약 2년간 들었다.
이후 사라 칼리 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2021년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취득한 그는 과거 브라질리아 세종학당에서 그를 가르쳤던 선생님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자 연락했다. 당시 사라 칼리 씨의 선생님은 세종학당을 떠나 브라질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선생님이 운영하는 온라인 한국어 수업에서 강의할 것을 제안받았고, 2022년 2월 처음 교편을 잡게 됐다.
현재 사라 칼리 씨는 브라질리아 세종학당에서 운영요원 겸 교원으로 활동 중이다. 작년 12월 사라 칼리 씨는 수업 정리, 문화 행사 준비, 운영계획서 및 예산계획서 작성 등을 담당하며 운영요원으로서 세종학당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올해 1학기에 한국에서 브라질리아로 파견된 교원이 부족해 그는 교원으로서도 일하게 됐다. 사라 칼리 씨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으로 성취도 평가를 진행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수업을 진행했던 한 반에서는 학생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 수료 기준을 충족시켰다”라며 “학생의 노력을 볼 수 있어 선생님으로서 너무 뿌듯했다”라고 회상했다.
사라 칼리 씨의 한국어 공부 여정
사라 칼리 씨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로 문법을 꼽았다. 그는 “포르투갈어나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교착어에 속하기 때문에 어근에 붙는 어미나 접사에 따라 문장 의미가 달라지며 다양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라 칼리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브라질과 달리 한국에서는 윗사람에게 말할 때 ‘말씀’, ‘댁’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야 하고 ‘-시-’와 같은 동사의 활용이 필요하다”라며 “이런 높임 표현을 공부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위계와 예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엄마’, ‘우리 집’과 같은 표현은 한국인이 공동체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 브라질은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라도 ‘나’에 집중한다”라며 “이는 각 나라의 역사, 사회, 철학의 차이로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사라 칼리 씨는 2023년 세종학당의 말하기·쓰기 대회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말하기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하며 한국 초청 연수에 참가했고, 세계 각지에서 온 한국어 학습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라 칼리 씨는 “베트남, 태국, 몽골, 보츠와나에서 온 친구들이 모두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원활하게 소통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물론 사라 칼리 씨에게 한국어 학습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앞서 말한 문법과 관련해 사라 칼리 씨는 “중고급 수준의 한국어에서는 비슷한 문법 표현이라도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어 쉽게 헷갈렸다”라며 “이를 위해 자주 헷갈리는 문법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그는 “관용어와 속담을 이해하려면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므로 이 역시 어렵게 느낀다”라고 전했다. 사라 칼리 씨는 속담과 관용어에 대한 적절한 학습법은 아직 찾는 중이라며 세종학당 교원이 된 현재에도 끊임없이 공부 중임을 밝혔다.
한국어 교육, 세계로 더 멀리 뻗어가기 위해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어에 관한 관심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세종학당재단 누리집에 따르면 세종학당이 출범한 2007년 3개국에 있는 13개소의 세종학당에서 약 740명이 한국어를 배웠으나 현재는 87개국에 252개소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이 진행 중이다. 사라 칼리 씨 역시 브라질인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케이팝이나 드라마로부터 비롯한다고 봤다.
그러나 사라 칼리 씨는 브라질과 같이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한국어 교재나 소설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책을 구매하려고 해도 세금으로 인해 배송비가 책값보다 더 비싸다. 아울러 그는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서만 한국 매체를 볼 수 있는 점과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같이 연습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점을 한국어 공부에 몰입하기 힘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라 칼리 씨는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및 영화 외에도 한국 제품도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한국어를 점점 알게 되고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여전히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사라 칼리 씨는 요즘에는 스트레이키즈와 에스파를 좋아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현재 자신이 하는 한국어 교육 활동에 큰 애정을 품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과 한국어 관련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브라질리아 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설립이 추진 중인 가운데 사라 칼리 씨는 자신이 졸업한 대학교에서 교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교육 활동과 석사 및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한 준비를 병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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