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가 불러온 “요즘 애들 문해력 논란”, 답은 어디에?
조서현 기자 s3ohyuncho@gmail.com
전문가들 “어휘력, 세대 간 차이를 함께 봐야”
문해력은 ‘요즘 애들’의 문제가 아니다

“사흘간 무운을 빌었는데 금일 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문해력 논란을 한 문장에 담아 풍자한 글이다. 2022년 유명 작가의 사인회를 열기로 한 카페에서 예약에 오류가 있었다며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렸고, 매우 깊다는 의미의 ‘심심(甚深)한’을 ‘지루한’, ‘무료한’의 뜻으로 오해한 것이다.
‘논란’이란 단어가 붙은 이유는 오해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 때는 ‘연휴가 사흘로 늘었다’는 보도에 “사흘은 4일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다. 2021년 방송에서는 “무운(武運)을 빈다”는 말을 “운이 없다(無運)”는 의미로 잘못 전달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 단어를 모른다는 사실으로 ‘요즘 애들’을 ‘문해력이 부족한 세대’로 규정할 수 있을까.
문해력이 뭐길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흔히들 ‘국어 능력’으로 치환하여 생각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국어 3수준 이상(보통, 우수) 비율은 2015년 81.2%에서 2025년 53.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학교 3학년 역시 82.6%에서 64.5%로 낮아졌다.
해당 결과를 보아 국어 능력 수준이 이전보다 낮아졌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요즘 청소년은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혜승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문해력을 “문자를 중심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으로 정의하며, 단순히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능력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해력 저하를 단정할 일관된 근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한 2023년 성인문해능력조사에서는 성인의 83.4%가 수준4(일상생활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문해력을 갖춘 수준)로 나타났다. 그중 18~29세의 97.3%가 수준4로, “요즘 애들”이 연령대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업 성취에 필요한 국어 능력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력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심한 사과” 논란, 문해력보다는 ‘어휘력’ 문제
‘심심한’, ‘사흘’, ‘무운’과 같은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에 대해 정혜승 교수는 문해력보다 ‘어휘력’의 문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해당 단어의 의미만 알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오해이기 때문이다.
문해력 논의에서는 용어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문해력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문해력과 전통적 의미의 읽기 능력을 동일한 개념으로 다루기는 어렵다.
세대 갈등으로 확장되는 문해력 논란
문해력 논란은 언론을 타고 “요즘 애들”, “엠지(MZ) 세대”의 문제로 퍼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별 사례를 특정 세대 전체의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한 『세대 갈등 관련 보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는 언론이 세대별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세대를 대립하는 구도로 기사를 생산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언론이 사회갈등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세대 갈등 보도에 대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며, 해소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2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베이비붐 세대·엠지 세대와 같은 세대 구분 용어가 갈등을 부추긴다고 답했다.
문해력 논란이 남긴 과제

정혜승 교수는 특정 단어를 둘러싼 논란을 곧바로 문해력 위기로 연결하기보다 세대별 언어 환경과 어휘 경험의 차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문해력 논란의 핵심은 청소년이 갑자기 글을 읽지 못하게 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세대가 사용하는 어휘와 문화가 달라졌음에도 이를 이해의 문제가 아닌 능력의 문제로 해석하는 데 있다.
어떤 단어에 익숙한지는 달라질 수 있다. 한자어에 익숙한 세대가 있는 반면, 다른 세대는 신조어와 디지털 환경 속 표현에 더 익숙하다. 어떤 어휘를 알고 모르는지를 기준으로 지적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조서현 기자 s3ohyu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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