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맞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성수동 거리, 간판 10개 중 한글 간판은 2개뿐
지나친 외국어 사용, 언어 사용 인식 개선 시급
서울시 성수동은 최근 10년 사이 여러 상권에 힘입어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이른바 ‘핫플레이스(인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과 달리 성수동은 점차 ‘한글 없는 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방문한 성수역 3번 출구 인근 골목은 수많은 매장 사이에서 한글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실제로 5분 남짓 한 시간 동안 길을 걸으며 마주친 60개의 매장 중 한글 간판을 사용한 곳은 단 11개에 불과했다. 음식점, 카페, 의류 매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상점이 한글 없이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상호를 표기하고 있었다. 간혹 한글이 함께 병기된 곳도 있었으나, 외국어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문제는 간판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점 내부의 메뉴판 역시 외국어 위주로 만들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메뉴판이 큰 영어 글씨 밑에 작게 한글을 덧붙인 형태였으며, 아예 영어로만 적혀 있는 경우도 빈번했다. 심지어 일부 매장은 제품 사진이나 그림 설명도 없이 ‘TIRAMISU’, ‘CANNELE’등 메뉴를 영어로만 표기하기도 하고, 그마저도 필기체로 적어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메뉴판도 있었다.

그렇다면 거리를 가득 채운 외국어 간판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같은 날 성수동을 찾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외국어 남용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이 모(50대) 씨는 “건물 외관과 간판만 보고 카페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파스타 식당이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며 “간판만 보고는 도무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매장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 김 모(70대) 씨는 “최근 카페나 식당에 가면 영어 메뉴판뿐이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라며 “결국 남들이 시키는 걸 따라 시키거나 직원에게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봐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함을 표출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편은 통계에서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2024년 국민 1,3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외국어 간판이나 메뉴판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국어문화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외국어 간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같은 날 만난 윤 모(27) 씨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해 의미가 먼저 보이는 한글보다 하나의 그림처럼 읽히는 외국어가 훨씬 예뻐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라며 외국어 간판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자영업자들 역시 세련된 매장 이미지를 위해 외국어 간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수동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곽 모(30대) 씨는 “상권 경쟁에서 손님들의 눈길을 끌려면 조금 더 트랜드한 느낌을 주는 영어 간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카페를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 이 모(20대) 씨는 “자영업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난 만큼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외국어 간판이 주는 상업적 매력과 사업주의 자유를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빈번한 외국어 간판 사용을 단순한 문화로 여기고 넘어가기엔 큰 문제가 따른다. 무분별한 외국어 남용이 노인, 어린이, 저학력층 등 특정 계층의 ‘언어 소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과 카페 등의 상점은 전 세대가 이용하는 생활공간이다. 그리고 간판은 단순히 가게의 얼굴 역할을 넘어, 매장의 정보를 알리는 기능도 한다. 따라서 상점의 간판 및 메뉴판은 미관이 아닌 공공의 알 권리를 우선시해 만들어져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의 언어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글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깨닫고 올바른 국어 문화가 확산 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한글 간판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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