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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주둥이와 아가리

by 한글문화연대 2015. 7. 30.

[아, 그 말이 그렇구나-97] 성기지 운영위원


주둥이와 아가리


사람의 입을 낮추어 말할 때 ‘주둥이’나 ‘아가리’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의 입을 빗대어 “주둥이를 내밀었다.”, “아가리를 벌렸다.”고 하면 상스러운 말(비속어)이 된다. 어느 방송사의 주말 연속극에서 “내 돈 받고도 떠들어대면 그 주둥이를 썰어버릴 것”이라는 대사가 방송되었다. 공공 방송에서 그와 같은 비속어를 쓰면 어찌 하는가 지적하니, 주둥이가 국어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다고 항변한다.


물론 ‘주둥이’와 ‘아가리’는 각각 고유한 뜻을 가지고 있는 표준어이기도 하다. 그 뜻을 살펴보면, ‘주둥이’는 일부 짐승이나 물고기 따위의 뾰족하게 나온 코나 입 주위의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또, 그릇이나 병의 좁고 길쭉하게 나온 부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아지 주둥이’, ‘빈병 주둥이’라고 하면 일상적인 표준어가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가리’는 물건을 넣고 내고 하는, 병이나 그릇, 자루 따위의 구멍 어귀를 이르는 말이다. ‘물동이 아가리’라든가, ‘자루 아가리’처럼 쓴다. 또, 굴이나 천막, 하수구 따위의 드나드는 어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텐트를 칠 때, 사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쪽에 천을 말아 올려놓은 곳도 아가리이고, 맨홀 뚜껑으로 덮어놓은 하수도 입구도 아가리이다. 이와 같을 때에는 모두 표준어로 쓰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의 입을 가리켜 ‘주둥이’, ‘아가리’라고 하면 그것은 비속어이다. 사람은 강아지나 빈병이 아니고, 물동이나 하수도도 될 수 없다. 하지만 때때로 하수도와 같이 지저분한 말을 일삼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의 입을 ‘아가리’라 하는 것은 말릴 길이 없다. 이미 ‘사람의 입’으로 보이지 않는 데에야 어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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