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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자디잔 남편, 다디단 아내

by 한글문화연대 2015. 9. 2.

[아, 그 말이 그렇구나-101] 성기지 운영위원

 

자디잔 남편, 다디단 아내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이 비뚤어져 있기라도 하면 꼭 잔소리를 하고, 함께 장 보러 가면 두부 하나 사는 데도 시시콜콜 간섭하는 남편이 있다. 그 아내는 잔소리하는 남편의 볼에 그때마다 입을 맞춰주고, 살림살이에 간섭할라치면 먹음직한 안주 만들어 소박한 술상으로 남편을 달래준다. 자디잔 남편, 다디단 아내의 모습이다.


'잘다'는 세밀하고 자세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이나 성질이 대담하지 못하고 좀스럽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매우 길다는 뜻의 말이 '길디길다'이고 매우 멀다고 할 때에는 '멀디멀다'이지만, 매우 잘다고 표현하려면 '잘디잘다'가 아닌 '자디잘다'이다. 마찬가지로, 매우 달다고 말할 때 또한 '달디달다'가 아니라 '다디달다'이다. 이 말은 달콤한 사랑을 나타내거나 베푸는 정이 매우 두텁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잘다', '달다' 따위 말들은 앞의 ㄹ받침을 지우고 '자디잘다', '다디달다'라고 하는 것에 유의하자.


비슷한 사례로, "햅쌀에 찹쌀을 섞어 매우 찰진 밥을 지었다."라고 할 때의 '찰진 밥'도 '차진 밥'이라고 해야 옳은 말이 된다. 흔히 '땀에 절은 옷', '볕에 그을은 피부'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때에도 '땀에 전 옷', '볕에 그은 피부'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우리말 받침소리에서 흘러 다니는 ㄹ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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