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군더더기 말은 불룩 나온 뱃살

by 한글문화연대 2015. 10. 22.

[아, 그 말이 그렇구나-108] 성기지 운영위원

 

군더더기 말은 불룩 나온 뱃살

 

가끔 “주민들의 해묵은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라는 말을 듣는다. 군더더기가 붙은 표현이다. ‘숙원’이란 말이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나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으로 쓰이는 ‘해묵다’를 붙여서 표현할 필요가 없다. 그냥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는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난관에 봉착했다.”고 해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된다. ‘난관’이란 말이 일을 해 나가면서 부딪치는 어려운 고비를 이르기 때문에 ‘난관’ 앞에 붙은 ‘어려운’이란 말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무심코 쓰는 말들에 이렇게 필요 없는 군더더기가 붙어 세련된 언어생활을 방해하고 있다. “직장인의 목표는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문장의 경우, 한자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같은 뜻의 낱말을 겹쳐 쓰고 있다. ‘대동소이’가 “큰 차이 없이 거의 같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 앞에 ‘거의’란 낱말을 붙이는 것 또한 군더더기이다. “직장인들의 목표는 거의 같다.”라든가, “직장인들의 목표는 아주 비슷하다.”처럼, ‘대동소이하다’ 대신 ‘거의 같다’, ‘아주 비슷하다’로 바꿔서 표현하면 더욱 자연스럽다.

 

어떤 의미를 강조하거나 기존 낱말의 뜻을 보완해 이해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면, 겹치는 표현은 불룩 나온 뱃살처럼 군더더기일 뿐이니, 건강한 언어생활을 위해 삼가는 게 좋다. “손을 놓은 채 수수방관하다.”는 그냥 “수수방관하다.”로 하면 되고, “독자 노선의 길을 걷다.”는 “독자 노선을 걷다.”, “그대로 답습하다”에서는 ‘그대로’를 빼고 “답습하다”로 쓰는 게 자연스럽다.

 

'사랑방 > 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가지와 거시기  (0) 2015.11.05
무료로 주고 공짜로 받고  (0) 2015.10.29
희색만면하다  (0) 2015.10.16
양말과 호주머니  (0) 2015.10.16
가장비와 거위영장  (0) 2015.10.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