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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무료로 주고 공짜로 받고

by 한글문화연대 2015. 10. 29.

[아, 그 말이 그렇구나-109] 성기지 운영위원

 

무료로 주고 공짜로 받고

 

우리가 평소에 쓰고 있는 말 가운데는, 낱말의 형태는 다른데 뜻은 비슷한 말들이 많이 있다. ‘무료’와 ‘공짜’라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10월 15일에 거리(마포구)에서 나누어 준 한글 경조사 봉투를 ‘무료’라 하기도 하고 ‘공짜’라 하기도 하였다.


이 두 말은 같은 말로 보아 흔히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뜻을 잘 살펴보면, ‘공짜’라는 말은 “거저 얻는 물건”을 말하고, ‘무료’는 “요금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처럼 공짜는 물건이나 일을 제공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지만, “설날 연휴 동안 고궁을 무료로 개방합니다.”처럼 무료는 제공자 입장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지난번에 거리에서 나누어 주었던 한글 경조사 봉투의 경우, 한글문화연대는 ‘무료로 준 것’이고, 시민들은 ‘공짜로 받은 것’이다.


지하철 역 주변에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주는 신문이나 홍보물들이 넘쳐나고, 시민들은 출근길에 그것들을 공짜로 받아간다. 이때, 신문을 무료로 배부한다고 하기도 하고, 배포한다고 하기도 한다. ‘배부’와 ‘배포’는 둘 다 신문이나 책자 따위를 나누어 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뜻은 큰 차이가 없지만 사용할 때는 구별해서 써야 할 말들이다. ‘배포’는 받는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곧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나누어 줄 때 사용하고, ‘배부’는 어느 정도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다. 가령, “광고 전단을 수십만 부 찍어서 배포했다.”고 할 때에는 ‘배포’로 쓰고, “수능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배부했다.”고 할 때는 ‘배부’가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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