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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아나운서가 전하는 우리말 이야기- 김수인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5.

아나운서가 전하는 우리말 이야기
-최지인 아나운서를 만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수인 기자

suin_325@naver.com

 

우리는 아나운서라 하면 자연스레 올바른 표준어를 사용하며 정갈한 언어 사용에 앞장서는 ‘우리말 지킴이’로서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자꾸만 오염되고 있는 방송언어 속에서 아나운서에게 바른 우리말이란 어떤 의미인지, 현직 아나운서의 생각을 들어봤다.

 

질문 : 최근 방송에서 표준어가 아닌 말은 물론 신조어, 비속어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실태에 대한 생각은?

 

답변 : 방송에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틀린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원래 어떤 표현이 맞는 것인지 짚어줘야 한다. 특히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방송에서는 더욱이 올바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일례로 오래 전 한 선배 진행자가 교양 프로그램에서 우스갯소리로 “자장면이 맞는 표현이지만 짜장면이라고 해야 맛이 있는 기분이 드네요.”라며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재미도 찾으면서 올바른 표현을 알리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감시할 수 있는 기반이나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심의 기구가 기준을 제대로 잡고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언어지침을 마련해 각 방송의 특성에 맞게 세부 지침을 정해뒀지만, 권장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방송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따라야 한다. 방송언어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 : 광고에서도 한글파괴 문구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답변 : 광고도 여느 방송과 마찬가지로 노출이 많이 돼 영향력이 커 기본을 지켜야 한다. 잘못된 표현이나 표기가 일시적으로 시선을 끌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르지 않은 우리말을 알리게 될 수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 질문에 답하는 최지인 아나운서의 모습


질문 : 방송을 진행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언어를 사용하나?

 

답변 : 튀어나온 잔머리 한 올까지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줄 만큼 방송에서는 모든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말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에 늘 긴장하고 말을 하고, 되도록 준비된 말만 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바로 하는 말의 경우 속으로 다섯 번 정도 거듭 생각해 정제된 말을 쓴다. 또 평소의 언어 습관이 방송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바른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나 역시 사람들이 많이 쓰는 ‘챙피하다’를 써왔는데,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창피하다’로 고쳤다. 버릇은 고치기 힘들어 방송 밖에서도 늘 공부하고 있다.

 

질문 : 아나운서에게 언어는 참 중요한 것 같은데, 우리말 공부를 어떻게 했나?

 

답변 : 우리말은 항상 겸손한 자세로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자주 틀리는 한글맞춤법을 중점으로 공부하고 표준발음법을 반복해서 외웠다. 심지어 필기시험을 위해서는 한글을 쓰는 글씨까지 예쁘게 쓰려고 노력했다. 글씨를 가장 먼저 살피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글의 형식과 문장의 호응을 중요하게 보더라. 한국어 공부가 필기시험 공부엔 정말 핵심이었다. 작문 시험의 경우 매일 아침 방송을 보며 주제를 세 개 정도 정해 그에 관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했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우리말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사내방송의 기자, 작가 겸 아나운서로 처음 방송을 시작했는데, 기자나 작가로서는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더욱 우리말에 신경을 썼다. 당시 한국방송(KBS) 아나운서실에 전화를 걸면 올바른 우리말을 알려줬는데, 이를 많이 활용했다. 하지만 그 전문가들도 헛갈리는 우리말 표현이 많이 있을 만큼 우리말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질문 : 아나운서라고 하면 모두 우리말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는 어떤가?

 

답변 : 실제로 지인들이 모르는 말이 있으면 내가 한국방송(KBS) 아나운서실에 전화했던 것처럼 “아나운서에게 물어보자!”며 내게 전화해 우리말을 묻곤 한다. 사실 아나운서실에서도 토의 끝에 알려주곤 해. 나도 같이 있던 아나운서들끼리 이야기해가며 거듭 확인한 후 알려준다. 이렇게 사람들이 아나운서라면 신경 써서 바른 우리말을 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 최지인 아나운서 활동 사진 사진제공 최지인

질문 : 바른 우리말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답변 : 바른말이라는 것이 단지 말에나 언어생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표준어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이지 않나. 이 정의 속 각각의 표현이 전부 의미가 있다. 우리말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단지 좁은 범위에서의 국어 공부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지식, 교양을 쌓아 생각을 바르게 해야 한다. 지금 사는 현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흐름을 읽어내 미래를 보는 힘을 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 ‘짜장면’이란 표기가 허용된 것처럼 언어 규정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변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아 마음이나 생각을 같이 변화시키는 것이 모두 우리말 공부라고 생각한다.

 

질문 : 아나운서에게 우리말의 의미란?

 

답변 : 아나운서의 ‘우리말 지킴이’ 이미지는 선배들이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이를 잘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또한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말이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말들이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 좋은 의미를 전하는 단어라면 죽어간 단어라도 살리고 싶은 마음이다. 가만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언어이기에 우리말은 늘 겸손한 마음으로 계속 공부하고자 한다.


표준한국어를 사용하며 시청자들에게 바른 우리말을 널리 알리는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최지인 아나운서. MBN 공채 3기 아나운서 출신으로 <7시 뉴스투데이>, <정오의 뉴스와이드>, <뉴스오늘> 등 종합뉴스를 진행해온 최 아나운서는 현재 MBN <소중한 나눔 무한행복>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대학 강단에서 말하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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