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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제비추리와 제비초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7] 성기지 운영위원 제비추리와 제비초리 국산 소고기 값이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비싼 한우와 인연이 없던 서민들의 가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파는 한우불고기버거 값이 덩달아 오르고 나니, 학생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되었다. 소고기 가운데 이름이 헷갈리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제비추리’이다. 제비추리는 소의 안심에 붙은 고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돼지고기의 갈매기살(가로막 부위의 살)이 갈매기와는 무관한 것처럼, 제비추리도 제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제비추리가 실제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발음이 비슷한 ‘제비초리’와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제비초리’는 소고기가 아니라, 사람의 뒤통수 한가운데에 뾰족하게 내민 .. 2016. 3. 16.
승부욕이란?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6] 성기지 운영위원 승부욕이란? 2016년 3월 9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인류와 인공지능 간의 세기의 대국이 펼쳐졌다. 승패를 떠나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이 인류를 대표하여 대국에 나선 것에 가슴이 벅찼던 날이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진화에 대해 인류가 경각심을 갖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이번 대국과 관련된 수많은 언론 보도 가운데, “인공지능은 승리에 필요한 학습과 연산 능력을 갖추었지만, 거기에 승부욕까지 포함한 것이 인간의 능력이다.”라는 문장을 보았다. 흔히 시합이나 경기에서 상대방을 꼭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을 ‘승부욕’이라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욕심 욕(慾) 자가 붙어 이루어진 낱말들은 그 앞의 말에 대한 강.. 2016. 3. 10.
꽃 이야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5] 성기지 운영위원 꽃 이야기 겨울이 물러나면서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꽃샘이 다녀가고 나면 산과 들은 일제히 꽃을 피울 준비들을 한다. 그렇게 피어나는 꽃잎만큼이나 우리말에는 ‘꽃’이 붙어 이루어진 표현들이 많다. 잠깐 동안 눈이 꽃잎처럼 가볍게 흩뿌리듯이 내리면 ‘꽃눈’이고, 비가 꽃잎처럼 가볍게 흩뿌리듯이 내리면 “꽃비”이다. 비나 눈이 아니라 진짜 꽃잎이 바람에 날려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것을 “꽃보라”가 날린다고 한다. 이렇게 꽃보라가 날리는 들판을 걷다 보면 꽃향기에 취하여 어지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꽃멀미”라고 한다. 게다가 하늘에는 여러 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까지 있으면 꽃멀미는 더욱 심해지게 마련인데, 이때 여러 가지 빛을.. 2016. 3. 2.
대보름날 윷놀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4] 성기지 운영위원 대보름날 윷놀이 올해 한글문화연대 정기총회가 열리는 2월 22일은 정월 대보름 곧 '대보름날'이다. 대보름날에는 전통적으로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무는 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부럼은 대보름날 새벽에 까서 먹는 호두나 밤, 잣, 땅콩 들을 한데 묶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을 깨물면 이가 단단해지고, 까먹고 난 깍지를 버리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부럼'이라는 말도 부스럼의 준말이다. 대보름날에는 마을마다 윷놀이 대회가 열린다. 그런데 해마다 윷놀이 대회를 알리는 동사무소(아직 '주민센터'는 적응이 안 된다.)나 면사무소의 현수막에는 낯선 용어가 등장한다. '척사 대회'란 말이 그것이다. '척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 2016. 2. 25.
까치 까치 설날은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3] 성기지 운영위원 까치 까치 설날은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그저께, 그끄제/그끄저께, …’와 같이 순우리말을 지켜서 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대적 가리킴말에서는 순우리말들이 차츰 힘을 잃어 가고 한자말들이 거의 굳어져 가고 있다. 지난날에는 ‘초하룻날, 초이튿날, 열하룻날, 열이튿날’처럼 말했었지만, 요즘엔 흔히 ‘일일, 이일, 십일일, 십이일’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일’(1일)부터 ‘이십구일’(29일)까지는 순우리말로 ‘초하루, 초이틀, …, 열하루, 열이틀, …, 스무하루, 스무이틀, …, 스무아흐레’처럼 세고, ‘삼십일’(30일)은 ‘그믐날’이라 말한다. 또, 달을 셀 때에는 .. 2016. 2. 3.
난장판의 아수라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2] 성기지 운영위원 난장판의 아수라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도 아직 선거구조차 확정하지 못한 국회는 언제나처럼 오늘도 정쟁에 여념이 없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난장판’은 여러 사람이 떠들면서 뒤엉켜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시대 때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양반집 자제들이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 없이 들끓고 떠들어 대던 과거 마당을 ‘난장’이라고 했다. 과거 시험장의 난장에 빗대어, 뒤죽박죽 얽혀서 정신없이 된 상태를 일컬어 ‘난장판’이라고 하였다. ‘난장판’과 똑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 ‘깍두기판’이다.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을 깍두기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한자.. 2016. 1. 28.
불빛 비칠 때와 비출 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1] 성기지 운영위원 불빛 비칠 때와 비출 때 맹추위가 기승을 떨치고 있다. 길 가는 행인들은 잔뜩 움츠린 채 앞만 보며 걷는다. 머리 위의 하늘과 멀리 앉아 있는 산에 눈길이 가려면 이 추위가 물러가고 봄볕이 들어야 하니, 아직 한 달 넘게 추위를 겪어내야 한다. 비록 추운 날씨지만 그래도 한낮에는 볕이 드는 곳이 있다. 빛은 눈에 밝게 보이는 것인 데 반해, 볕은 몸으로 느끼는 따듯한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빛은 눈부시고 볕은 따스하다. ‘빛’과 ‘볕’의 경우처럼 ‘비치다’와 ‘비추다’ 또한 형태가 비슷하여 헷갈리기 쉽다. ‘비치다’는 “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는 뜻이다. 가령, “어둠 속에 불빛이 비치다.”, “밝은 빛이 창문으로 비치고 있다.”와 같이 쓰일 때.. 2016. 1. 21.
드셔 보세요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0] 성기지 운영위원 드셔 보세요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방송 채널마다 으레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몇 요리사들은 ‘셰프’라는 낯선 이름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흔히 ‘먹방’이라 불리는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마다 음식 맛을 표현하는 기발한 미사여구를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맛을 표현하는 미사여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상대방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 가장 흔하게 쓰는 표현이 “드셔 보세요.”라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과연 바른 말일까? 고기를 잡으라는 말을 높여 말할 때에는 “고기를 잡아 보세요.”라고 하면 되고, 물을 마셔 보라는 말도 “물을 마셔 보세요.”라고 .. 2016. 1. 15.
엉덩이와 궁둥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19] 성기지 운영위원 엉덩이와 궁둥이 몸에 관한 우리말 가운데 자주 헷갈리는 것들이 있는데, ‘엉덩이’와 ‘궁둥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사람 몸의 뒤쪽 허리 아래에서부터 허벅다리 위쪽까지 살이 불룩한 부분을 ‘볼기’(한자말로는 ‘둔부’)라고 한다. ‘엉덩이’는 이 볼기의 윗부분을 가리키고, 이에 비해 ‘궁둥이’는 볼기의 아래쪽, 앉으면 바닥에 닿는 부분을 가리킨다. 요즘에는 엉덩이와 궁둥이를 포함한 전체를 그저 ‘엉덩이’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리하면 ‘볼기’라는 말은 사라지고 ‘궁둥이’는 엉덩이의 속어처럼 전락하게 된다. 몸의 각 부위를 가리키는 멀쩡한 우리말들이 제 구실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엉덩이와 궁둥이의 언저리 전체를 일컫는 ‘볼기’.. 2016.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