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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천정인가, 천장인가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0] 성기지 운영위원 물가가 안정되었다는 당국의 발표는 장바구니를 든 서민들에게는 언제나 공중에 뜬 허언이다. 특히 집값과 사교육비는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물가 인상폭이 큰 것을 두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고 한다. 이때의 천정부지는 ‘천정을 알지 못하고’라는 뜻으로 쓴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정’은 ‘天井’[텐죠오]라는 일본말의 한자음이다. 우리말은 ‘천정’이 아니라 ‘천장’이라 해야 맞다. ‘천정부지’를 굳어진 말로 보아 국어사전에 올려놓기는 하였지만, 당장 ‘천장부지’로 옮기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라면 아예 우리말로 바꿔서 “물건 값이 천장을 모르고 올라간다.”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집집마다 있는 ‘장롱’도 받아쓰기를 해보면 자주 틀리는 말이.. 2017. 6. 21.
기억과 생각의 차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9] 성기지 운영위원 ‘기억’이란 한자말을 흔히 “초등학교 때 친구가 기억난다.”라든지,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억이 잘 안 난다.”와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문장들에서는 ‘기억’이란 낱말이 바르게 사용된 것이 아니다. 이때에는 ‘기억’이 아니라 ‘생각’을 써서 “초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난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생각이 잘 안 난다.”로 고쳐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한자말 ‘기억’은 “어떤 일을 마음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이란 뜻이므로 ‘기억하다’라고는 쓸 수 있어도 ‘기억나다’라고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앞에서 예를 든 문장에서처럼 “도로 생각해낸다”는 뜻으로는 ‘생각난다’로 해야 문맥이 통하고 어색하지 않다. 곧 어떤 일이나 지식을 머리에 담아두는 .. 2017. 6. 14.
‘부치다’와 ‘붙이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8] 성기지 운영위원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부치다’는 “어떤 물건을 상대에게 보내다.” 또는 “어떤 문제를 다른 기회로 넘겨 맡기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반면에 ‘붙이다’는 “맞닿아 떨어지지 않게 하다.”라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부치다’는 무언가를 보내거나 맡긴다는 뜻이고, ‘붙이다’는 달라붙게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마당에 안건을 맡길 때에는 ‘토론에 부치다’라 해야 하고, 한쪽으로 상대를 몰아붙일 때에는 ‘밀어붙이다’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막상 ‘붙이다’나 ‘부치다’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에는 여러 곳에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가령, “그는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그렇게 몰아부치지 마세요.”처럼, 많은 사람들이 ‘걷어부치다’, ‘몰아부치다.. 2017. 6. 7.
답 그리고 정답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7] 성기지 운영위원 한글학회는 월간 [한글 새소식]과 페이스북 ‘한글학회’ 마당에서 다달이 우리말 알아맞히기 문제를 내고 있다. 문제와 함께 제시하는 귀띔을 읽기만 하면 누구나 풀 수 있도록 했지만, 그렇다고 꼭 ‘정답’만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읽고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보낼 수 있다. 한글학회 담당자는 접수된 ‘답’들 가운데 ‘정답’을 맞힌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상품을 준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에서는 시청자와 청취자를 위한 퀴즈 문제를 자주 내고 있다. 그런데 퀴즈를 내면서 진행자가 하는 말 가운데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이 문제의 정답을 아시는 분은 다음 번호로 곧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흔히 무심코 .. 2017. 5. 31.
ㅍ 받침을 쓰는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6] 성기지 운영위원 오래 전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무릎팍도사’란 프로그램을 방영한 일이 있다. 무릎의 낮은말로 쓰이는 ‘무르팍’은 ‘르’ 자 밑에 받침이 없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 제목인 ‘무릎팍’에는 ‘르’ 밑에 ㅍ 받침이 있다. 철자가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니, 담당자는 “무릎팍은 ‘무릎을 팍 치게 하는 족집게 도사’라는 뜻으로 합성한 말이며, 무릎의 속어인 무르팍이 아니다.”고 답변하였다. 딴은 그럴 듯도 하다. ‘무릎’과 같이 ㅍ 받침을 쓰는 낱말 가운데 ‘섶’이라는 말이 있다. 고추나 오이 모종을 심을 때 그 옆에 모종 줄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막대기를 꽂아주는데, 이때의 막대기를 섶이라고 한다. 시골에서 밭을 일구거나 도시에서도 화단을 가꾸는 이들 가운.. 2017. 5. 25.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5] 성기지 운영위원 직업을 흔히 ‘업’(業)으로 줄여 쓴다. “요즘 무슨 직업에 종사하나?”와 “요즘 무슨 업에 종사하나?”는 어감의 차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한평생 농사일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오셨다.”보다는 “아버지는 한평생 농사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오셨다.”가 왠지 자연스럽게 들린다. 직업이 과업으로 슬쩍 넘어가는 단계이다. 나아가 “자주국방은 우리나라의 과제이며 업이다.”를 “자주국방은 우리나라의 과제이며 직업이다.”로 바꾸면 완전한 비문이 된다. 이때의 ‘업’은 직업이 아니라 ‘부여된 과업’이란 뜻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불교에서는 ‘업’(業)을 선과 악을 부르는 소행으로 가르친다. 사전에서는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2017. 5. 18.
안다미, 안다미로, 안다니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4] 성기지 운영위원 새 대통령이 막중한 책임을 지고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책임감과 관련된 우리말 가운데 ‘안다미’라는 말이 있다. ‘안다미’는 다른 사람의 책임을 대신 맡아 지는 것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스스로 원해서 책임을 맡아 질 때 쓰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의도로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가령,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아파트값이 올랐는데 그 안다미를 아파트 부녀회가 뒤집어썼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말을 동사로 활용해서, “교장선생님이 학교 폭력의 피해에 대해 일부 학생에게 안다미씌웠다.”처럼, 자기가 맡은 책임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안다미씌우다’라고 한 낱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안다미’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뜻이 전.. 2017. 5. 10.
소리와 형태가 다른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3] 성기지 운영위원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각 후보들마다 표심을 얻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 이처럼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몹시 애를 쓸 때 “[안깐힘]을 쓴다.”라 하기도 하고 “[안간힘]을 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글자로 적을 때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리게 된다. 이 말은 ‘안간힘’으로 적는 것이 표준말이며, 말할 때는 [안깐힘]으로 발음해야 한다. “[대까]를 바란다.”, “[시까]가 얼마입니까?” 하는 말들을 글자로는 ‘대가’, ‘시가’라고 쓰지만, 말할 때에는 [대까], [시까]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안스럽다]와 [안쓰럽다]도 글자로 적을 때와 발음할 때 자주 틀리는 경우다. 이 말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 괴로운 처지에 있.. 2017. 4. 26.
“맑순 주세요.”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2] 성기지 운영위원 음식점에 가면 차림표에 “대구지리”, “복지리” 따위로 써 붙인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생선국을 “매운탕”이라 하는 데 비하여,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생선국을 그렇게 일컫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리(ちり)”는 일제강점기 이후 아직도 우리말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본어 낱말이다. 몇몇 책에서는 “지리”를 대신할 우리 낱말로 “백숙”을 들어 놓았다. 양념하지 않은 채로, 곧 하얀 채로 익혔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대구지리”나 “복지리”를 “대구백숙, 복백숙”이라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그것은 달걀 백숙과 같은 음식이 아니라 국이기 때문이다. 이 음식들은 매운탕과 상대되는 것이므로 “지리”란 말을 “맑은탕”이나.. 2017.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