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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떠벌리다’와 ‘떠벌이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가끔,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고도 그 일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반면에, 작은 일을 해놓고도 아주 큰 업적을 이룬 것처럼 여기저기 자랑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적 소통망이 발달하다 보니, 시시콜콜한 나날살이에서도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세우는 일이 잦다. 이처럼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는 것”을 ‘떠벌리다’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발음이 비슷한 경우로서 ‘떠벌이다’는 말도 있다. 알다시피 ‘떠벌리다’와 ‘떠벌이다’는 다른 낱말이다. ‘떠벌이다’는 “어떤 판을 크게 벌이다”는 뜻이다. ‘떠벌리다’가 좀 부정적인 말인 데 비해, ‘떠벌이다’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 2018. 5. 9.
몸뻬, 무대포, 쿠사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4] 성기지 운영위원 버스가 정류장에 서있는 걸 보고 달려간 순간 버스가 그대로 떠나버렸을 때에,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라 말한다. 이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때의 ‘간발’을 “몇 걸음 안 되는 차이”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간발’은 일본말 잔재로서, 일본에서는 한자로 ‘사이 간(間)’ 자와 ‘터럭 발(髮)’ 자를 적고 ‘かんばつ[간바쯔]’로 말한다. “털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이다. 이 말은 우리말로 ‘털끝 하나 차이’라고 바꾸어 쓰면 된다. 바지 중에 ‘기지바지’라는 게 있다. 면바지가 아니라 양복 천으로 된 바지인데, 이때의 ‘기지’(きじ)는 “옷감”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흔히 양복 옷감으로 만든 펄렁펄렁.. 2018. 5. 2.
공문서의 ‘필히’와 ‘본’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공문서에는 아직까지도 외국어투 문장이나 이른바 ‘공문서투’라 불리는 불필요한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일제 때의 낡은 버릇이 남아 있는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공문서에서는 “필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표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때의 ‘필히’라는 말은 일본에서 ‘必ず’(かならず)라고 쓰는 것을 한자음 그대로 ‘필히’라고 읽어버린 것이다. 이는 우리말 ‘반드시’, ‘꼭’ 들과 같은 뜻이므로, 공문서에서도 “반드시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꼭 와야 해.”라고 하지 “필히 와야 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일제 때의 버릇 가운데, “본 공문으로 대신함”, “본 상품의 결함” 들처럼, .. 2018. 4. 25.
순 우리말 음식이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2]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의 입맛이 갈수록 서구화하여 먹거리 문화가 바뀜에 따라 차츰 우리말 음식 이름들이 잊혀 가고 있다. ‘겉절이, 곰국, 부침개, 비짓국, 소박이, 수제비, 장떡, 튀각, 풀떼기’ 들처럼 지금까지 남아 있는 먹거리도 많지만, ‘간서리목, 강피밥, 개떡수제비, 닭김치, 밀푸러기, 쌀골집, 젖미시, 회깟’ 들처럼 이름만 남아 있고 먹어 보기 어려운 먹거리도 많다. 또한, ‘가지만지, 감화보금, 관전자, 너비아니, 섭산적, 왁저지, 원밥수기, 추포탕, 화양누르미’ 들과 같이 이름도 낯선 우리말 음식 이름들이 이밥의 낱알처럼 무수히 많다. 조리 용어도 불을 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불을 사용하는 조리 용어들에는 ‘굽다, 튀기다.. 2018. 4. 18.
순 우리말 빛깔이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1] 성기지 운영위원 순 우리말 빛깔이름은 본디 ‘검다’, ‘희다’, ‘붉다’, ‘푸르다’, ‘누르다’ 다섯 가지이다. 이 말들에서 각각 ‘까맣다, 하얗다,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란 말들이 생겨나 쓰이고 있다. ‘오색찬란하다’고 할 때의 오색이 바로 검정, 하양, 빨강, 파랑, 노랑이다. 여기에 ‘색’이란 말을 붙이면, 빨강은 빨간색, 노랑은 노란색, 파랑은 파란색 들과 같이 된다. 그러니까, ‘색’을 떼고 말하면 ‘빨강’이 되고, ‘색’을 붙여서 말하면 ‘빨간’으로 쓰는 것이다. 빨강과 빨간색, 노랑과 노란색, 파랑과 파란색은 같은 말이다. 무지개 빛깔 가운데 우리 토박이말은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뿐이다. 이 세 가지 빛깔을 모든 색의 근원이 되는 ‘삼색.. 2018. 4. 11.
날개 돋힌 듯?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0] 성기지 운영위원 받침소리가 이어져 소리 나는 말들 가운데 잘못 적기 쉬운 말들이 많다. ‘높다’의 사동형인 ‘높이다’도 그러한 사례이다. ‘높게 하다’는 뜻으로 쓸 때 바른 표기는 ‘높이다’인데 여러 곳에서 ‘높히다’로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실제 인터넷 검색창에 ‘높히다’를 입력해 보면 무수한 글들이 떠오른다. 또, “어떠할 것으로 짐작이 가다.”는 뜻으로 쓰이는 ‘짚이다’를 ‘짚히다’로 적는다든가, “얼음을 녹이다.”라는 말을 “얼음을 녹히다.”로 적는 경우, “뚜껑이 덮이다.”를 “뚜껑이 덮히다.”로 적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이들은 모두 ‘-히-’가 아니라 ‘-이-’로 적어야 한다. ‘돋치다’도 ‘치’와 ‘히’ 표기가 자주 틀리는 사례이다. 말 속에 상대를 공.. 2018. 4. 4.
‘파랍니다’와 ‘파랗습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9] 성기지 운영위원 미세먼지가 걷힌 파란 하늘을 보고 싶은 나날이다. ‘파랗다’라는 용언이 활용할 때에는 어간인 ‘파랗-’의 받침 히읗이 ㄴ이나 ㅁ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문법용어로 하면 이것을 ‘ㅎ불규칙활용’이라고 한다. 그래서 ‘파랗다’가 ‘파라니’, ‘파라면’으로 ㅎ이 탈락해서 쓰이고, ‘빨갛다’가 ‘빨가니’, ‘빨가면’으로 변하는 것이다. 가령, 꽃이 빨갛다고 할 때, ‘빨갛네’와 ‘빨가네’ 중 ‘빨가네’가 바른 표현이 된다. 그러나 종결어미 ‘-습니다’가 결합하는 경우는 ‘ㅎ’이 탈락하는 환경이 아니므로 ‘파랍니다’가 아니라 ‘파랗습니다’와 같이 활용한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이 파랍니다.”는 말은 “미세먼지.. 2018. 3. 28.
진달래와 개나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8] 성기지 운영위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사람들이 느긋할 수 있는 까닭은, 곧 봄볕이 따스해지고 산과 들에 꽃이 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봄을 알리는 꽃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이 진달래와 개나리라고 생각한다. ‘개나리’는 옛 차자 표기에서 ‘가히나리’란 형태로 나타난다. 500년 전까지만 해도 ‘개’를 ‘가히’라고 했기 때문에, ‘가히나리’가 ‘개나리’로 변화한 시기는 대개 16세기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개’가 접두사로 쓰여 파생어를 만들 때에는 ‘야생 상태’라든지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보태주게 된다. 꽃 중에서 백합을 가리키는 우리말이 ‘나리’인데, 여기에 ‘개-’를 붙여서 ‘개나리’라고 하면 ‘질이 떨어지는 나리’를 가리키게 된다. 여기에.. 2018. 3. 21.
금새, 장금, 뜬금, 에누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7] 성기지 운영위원 흔히 ‘시세’나 ‘시가’라고 하면 ‘일정한 시기의 물건값’을 말한다. “요즘 시세가 좋다.”고 하면, 요즘의 물건값이 좋다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시장을 보러간 주부들이 두부나 달걀을 사면서 “요즘 식료품 시세가 많이 올랐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두부 값이나 달걀 값을 말할 때에는 시세 대신에 우리말 ‘금새’를 사용하면 된다. ‘금새’는 물건의 값을 말하기도 하고, 또는 물건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뜻하기도 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금새를 ‘장금’이라고 한다. 채소나 고기 값이 많이 오른 것 같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오늘은 장금이 좋지 않구나.” 하고 말할 수 있다. 장금과는 반대되는 말 가운데 ‘뜬금’이란 것이 있다. 뜬.. 2018. 3. 14.